비행기가 6시간 이상 지연이라니!! 한국에서 이게 말이 된다고???

24년 7월 19일, 제주공항에서의 기록 (이스타항공 ZE230편)

검토 완료

김수현(hanlbit)등록 2024.07.23 13:15
7/17~19일, 3일간의 즐거운 가족여행을 마치고 저녁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제주공항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 이상했다.
체크인을 하려고 줄을 서려는데, 직원이 앞을 막아서며 탑승하려는 비행기 편을 확인하더니, ZE230편은 지금 체크인을 할 수 없다며 기다리란다.

배터리가 나갔던 휴대폰을 충전한 후 항공사에서 온 연락을 확인해 보았다.
오후5:47에 우리 비행기가 20:25 -> 21:30으로 지연된다는 카톡이 와 있었다.
그리고 5:49pm에 온 문자에는 체크인시간 7시로 공지되어 있었다.
'일찍 집에 도착해서 쉬려던 계획은 좀 틀어지겠지만, 한 시간 정도야 기다릴 수 있지..
근데, 이제 7시 넘었는데, 왜 아직도 체크인이 안 되지?' 싶었는데... 

6:56pm에 온 카톡.... 비행기 22:10으로 지연 & 11시 이후 도착할 경우 김포 대신 인천공항으로 가게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다.
직원에게 항의했더니, 인천공항에서 김포공항까지는 버스로 태워다 줄 거라고 말한다. 

취소하고 다른 비행기를 예약해볼까? 아니면 하루 더 자고 갈까? 갖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내일 일이 있어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 터라.. 하루 연장은 불가했다.

비행기티켓을 일찌감치 특가로 저렴하게 구입해놓은 터였는데, 당일에 예약하려니 비행기값이 10만원이 훌쩍 넘어서 6인 가족이 당일에 다른 비행기를 타려면 최소 7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게 된다.
게다가 홈페이지가 마비 상태라 기존 비행기를 취소하는 것도 불가.... ㅡㅡ;
(시스템 멈춘 상태라 현장 취소도 불가.... 취소하려면 그냥 비행기 타지 말고 나중에 홈페이지에 문의글 남기래요. 어이가 없죠..)

MS클라우도 장애로 인해, 해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항공사들의 체크인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 온라인 체크인이 안돼서 창구에서 직접 처리하느라 좀 밀리는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지연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좀 심한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시스템을 클라우드에만 올려놓고, 백업을 안 해놓은 건가? 어떻게 이렇지?' 

7:20pm에  20시경에 수속을 시작한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실제로는 8시가 훌쩍 지나서 원래 비행기 타야할 시간에서야 수속이 시작되었다. 그래도 10시엔 비행기에 탈 수 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수속을 마치고 보니, 우리 앞 비행기인 ZE228이 10:45pm출발이라 쓰여 있다. 그럼 우리 비행기는 대체 언제 출발하는 거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지연 시간 차이 제주항공은 1시간 30분 지연인데 반해, 이스타항공은 3시간 지연되고 있다. (앞 비행기의 경우임. 우리비행기는 더 많이 지연됨. ㅜㅜ) ⓒ 김수현

 

휴대폰을 보니, 9:09pm에  23:40 출발 예정이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ㅡㅡ;;;

사람들이 항의하기 시작했다. 도착해서 차 끊기면 집에 어떻게 가느냐고....
대안을 내놓으라고... 
내 마음을 그대로 담아낸 이야기들....

게다가, 같은 시스템 장애를 겪은 제주항공은 1시간 30분 지연인 데에 비해, 우리 비행기는 3시간 넘게 지연된 상태였다. (열심히 일하면서 욕 먹는 직원들이 불쌍하긴 했지만, 타 항공사보다 2배 이상 늦어지는 건.. 이스타항공의 위기 대응 시스템에 확실히 문제가 있는 거다.)

우리 비행기가 김포에서 출발하긴 한 걸까?
또다시 시작된 기다림의 시간..

초등 저학년 꼬맹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대가족을 이끌고 출발한 제주 가족여행의 마무리가... 공항 노숙이라니....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집에 가는 비행기도 아시아나로 예약할 걸.... 후회가 몰려온다.
 

기다림에 지쳐서 꼬맹이는 불편하다고 투정하다 잠들었고, 어른들도 기다림에 지쳐 무기력하게 앉다 있다. ⓒ 이주형,김수현

 

11:43pm에 24:10 출발 예정이라는 문자가 왔다.
곧 이어, 김포공항이 아니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는 방송도 나왔다.

다음날 0시,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집에 갈 수 있다!!!!
근데, 인천에서는 집에 어케 가지??? 택시 불러서 가야 할텐데, 택시는 잡힐까???

여튼 비행기에 탑승!
비행기에 타자마자 지쳐 잠든 가족들..
 

비행기에서 비행기 타자마자 잠든 가족들. 아직 출발 전이다. ⓒ 김수현

 
그.런.데.
비행기가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대체 왜?????????

0:25am에 출발 서류 준비로 지연된다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아니, 지연된 시간이 얼만데, 그동안 서류 준비도 안 해놓은 거지?'
하~~ 답답한 마음에 속에서 열불이 난다.

잠들었던 가족들이 (꼬맹이만 계속 자고)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
아직도 출발을 안 했냐며 상황을 살피기 시작한다.


탑승 시작 50분 만에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0:50am)

그.런.데. 2
출발하려는 듯 엔진음만 들리고는, 출발하지 않는 비행기.

새벽 1시 경, 엔진 이상으로 점검하고 출발하겠다는 방송이 나온다.
'그래, 안전이 중요하지... 중요하긴 한데, 우리 과연 집에는 갈 수 있는 거니?'

엔진 점검 결과, 부품을 교체하고 주유를 한 후에 출발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비행기에 꼼짝 없이 갇힌 채,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됐다.
기다리는 동안 물과 스낵이 제공되긴 했지만, 비행기 안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새벽 2시34분, 비행기 출발 준비가 끝났다.
2:43am에 이륙 방송이 나오고, 드.디.어. 비행기가 떴다!

19일 8시 25분 출발 예정이던 이스타항공 ZE230편은..
20일 새벽 2시44분에서야 제주공항을 떠났다. 

시스템 이상으로 인한 지연 3시간 45분 + 서류 준비 미비로 약 50분 + 엔진 이상으로 1시간 35분... 총 6시간 이상 지연된 셈이다.

어렵사리 제주공항을 떠난 비행기는 20일 3:43am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김포공항 도착 예정 시간은 19일 21:35pm이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이스타항공에서 서울과 경기 지역별로 버스를 준비해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왜 우리 동네는 안 간다는 거니? 원래 공항버스 다니는 동네인데... ㅠㅠ
할 수 없이 경기남부 버스를 타고 부천 송내까지 이동 후, 택시를 잡으려 했으나 새벽 시간이라 택시도 안 보인다.
'어라? 5시네.. 곧 지하철 첫차 다닐 시간인데??'

지하철 첫차를 타고 집에 오니, 새벽 6시..
2박3일의 여행은 3박4일이 되었... 아니 2박(+무박)4일이 되었다.

그렇게 밤을 꼴딱 지새운 채로, 가족 중 일부는 바로 출근 준비를 시작했고..
나머지 가족들은 씻자마자 골아 떨어져서 낮1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우리의 잃어버린 6시간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
6시간*6명 = 36시간인데.......


이건 MS발 악재가 아니라 인재에 가깝다.
시스템 백업 및 위기 대응 시스템 문제, 그리고 지연 시간 예측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다른 서버에 시스템 백업을 해놓았어야 했고, 비상시 타 항공사 시스템을 빌려 쓸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 놓거나, 타 항공사 비행기를 섭외하든 대체할 수 있는 여유 비행기를 확보해놓든... 다양한 방법으로 비행시간이 지연되지 않도록 최대한 다른 방도를 마련했어야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4시간 후(시스템 지연+서류 준비) 출발 가능합니다. 하고 공지해놓고 근체 호텔 잡아서 쉬게 해주던가.. 노약자와 어린이 동반 여행객들이 얼마나 많은데, 찔끔찔끔 시간 연장하면서 불편하게 공항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게 하는지...

이스타항공님, 답변 좀????!!!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 하나 더..
(지연 안내 문자에... 출발 시간 이전에 홈페이지에서 직접 취소하라고 쓰여 있었다. 홈페이지 마비 상태인데.... 정신 안 차리니 이스타항공아?!!!! ㅋㅋㅋ)
 

지연 및 목적지 변경 안내 문자 시스템이 멈춰서 홈페이지 접속 안되는데, 직접 취소하라는 문자를.... ⓒ 이스타항공,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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