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일진회가 일본 제국 황태자 다이쇼의 대한제국 방문 때 서울 남대문 앞에 세운 대형 아치. 사진에는 일진회의 이름이 담긴 대형 아치 위에 태극기와 일장기가 교차해 있으나 아치의 중간에 '받들어 맞이한다'는 의미의 '봉영(奉迎)'이라는 문구와 함께 중앙에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위키미디어 공용
그가 사면을 받은 것은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넘어간 이듬해인 1906년이다. 귀국한 것은 1907년이다. 이 해에 송병준·이용구가 이끄는 친일단체인 일진회의 평의원이 되고 뒤이어 울도군수에 임명됐다. 1905년 2월 22일에 일본이 독도를 강점한 상태에서, 친일파인 그가 독도를 관장할 울릉도의 행정 책임자로 임명됐던 것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위협을 중앙정부에 보고한 심흥택 울도군수가 1907년 3월 13일 강원도 횡성군수로 전보된 후속 조치였다.
2015년에 <독도연구> 제19호에 실린 김호동 영남대 연구교수의 논문 '개항기 울도군수의 행적'은 구연수가 "1907년 6월 26일자로 울도군수에 임명"됐다고 한 뒤 "25일 만에 경무사로 임명된 것으로 보아 실제 도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구연수가 울릉도로 떠났다면, 그는 그해 7월의 역사적 현장에서 일본 편을 들지 못했을 것이다. 7월에 일본은 을사늑약의 무효를 주장할 특사단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파견한 고종황제를 퇴위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일에 구연수가 나섰다.
<친일인명사전>은 "1907년 7월 헤이그 특사 사건 후 이토 히로부미의 사주를 받은 송병준의 명령으로 일진회 회원 300여 명을 동원하여 왕궁을 포위하고 시위를 벌여 고종을 협박하고 퇴위시키는 데 앞장섰다"고 서술한다. 12년 전 명성황후 시해에 앞장섰던 구연수가 이번에는 고종을 정치적으로 시해하는 일에 나섰던 것이다.
울도군수 발령을 받은 인물이 울릉도에는 가지 않고 한양에서 "황제 물러가라!"라는 시위를 주도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대한제국이 얼마나 우스운 존재였겠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일본과 친일세력은 그의 행동을 공로로 평가해 좌포도대장과 우포도대장을 합한 개념인 경무사에 임명했다. 이때가 1907년 7월 22일이었다. 고종이 퇴위조서를 발표한 지 나흘 뒤였다. 고종이 퇴위된 직후에 그의 보직이 변경됐던 것이다.
그가 경무사가 된 시점은 대한제국 치안이 매우 긴박할 때였다. 일본이 고종을 퇴위시킨 데 대한 분노가 들끓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빼앗은 일본이 한일신협약(7.24)을 통해 행정 간섭권까지 얻고, 뒤이어 순종을 압박해 군대해산 조칙(7.31)을 발표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이런 속에서 치안 총수가 된 구연수는 민중의 분노가 친일 정권에 쏠리지 않도록 견제했다. <친일인명사전>은 "고종의 퇴위 직후 이완용의 집을 불태우는 등 곳곳에서 항위 시위가 잇따르자 구연수는 철시를 주도했던 상업회의소의 회장 조병택을 체포하는 등 진압 작전에 앞장섰다"고 설명한다.
죽어서도 15배의 연봉
대한제국을 무너트리는 데 가담한 사도광산 졸업생 구연수는 1910년 국권침탈 이후에 조선총독부 치안 간부로 근무하다가 3·1운동 4년 뒤인 1923년에 도지사급인 경무국 사무관으로 퇴직했다. 그런 다음, 지금의 국회의원 비숫한 중추원 참의가 되어 죽을 때까지 근무했다.
그는 국비 유학생으로 일본에서 공부한 뒤 조선왕조(대한제국)에 칼을 들이댔다. 명성황후를 시해하고 고종을 폐위시키는 일을 주저없이 감행했다. 그의 친일은 일반 친일파도 꺼리는 막가파식 친일이었다.
구연수는 국권침탈 14년 전인 1896년부터 일제의 녹봉을 받았다. 1907년부터는 대한제국의 녹봉을 받다가 1910년부터는 다시 일본의 녹을 받았다. 그 상태로 1923년 5월 6일 죽음을 맞이했다.
1925년 5월 9일자 <조선총독부관보>는 사흘 뒤 그에게 연수당 3천 원이 지급됐다고 알려준다. 1922년에 21세인 경성일보사 직공 강대희의 월급이 17원, 연봉으로 치면 204원이었다. 일제는 이보다 약 15배의 연봉을 구연수에게 지급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