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2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6·25전쟁 제74주년 행사'에서 6·25의 노래를 부르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극우를 움직이는 힘은 군소 극우정당들에서 나오지 않는다. 일반 보수정당의 외형을 띠는 국민의힘 정권에서 각종 극우적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태도, 노동과 언론에 대한 태도, 북한에 대한 과도한 태도, 근현대 독재정권들에 대한 태도, 친일청산 및 식민지배에 대한 태도 등은 국민의힘 정권이 자민당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군소 정당들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한국 극우의 힘이 나온다는 점은 지난달 30일 발행된 학술논문에서도 확인된다. <정치·정보연구> 제27권 제2호에 실린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의 논문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는 국민의힘과 극우세력의 상관관계를 보여준다.
위 센터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023년 1월 19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0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기초로 하는 위 논문은 "극우 성향을 갖는 개인의 정치행태는 기성 보수정당과 그 정당의 대선 후보에 대한 투표로 나타났다"며 "극우 성향을 갖는 시민들이 당선과 집권 가능성이 낮은 극우정당 대신에 보수정당인 국민의힘 그리고 현 대통령인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뒤, 자신이 극우라고 대답한 응답자들의 특성을 결론에서 이렇게 정리한다.
"강력한 한미동맹 주장, 보수정당에 투표, 국민의힘을 정당 중에서 가깝게 여기고,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가치를 낮게 보는 극우 성향의 사람들이 국민의힘 지지자들 속에 많다는 것은 한국 극우의 위험성이 실제보다 저평가되기 쉽다는 점을 시사한다. 프랑스처럼 극우세력이 국민연합 같은 대형 극우정당에 모여 있다면 이들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도 커지기 쉽겠지만, 국민의힘 같은 일반 보수정당 속에 많기 때문에 위험성이 낮게 평가되기 쉬운 게 사실이다.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기초한 지병근 조선대 교수의 논문 '민주주의 후퇴 인식의 이념적 편향성'(2023년 <동서연구> 제35권 제3호)은 최근 한국 민주주의 후퇴의 원인과 관련해 "정당, 언론기관 그리고 극우 시민단체의 행태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요인이라는 인식 또한 상당한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 뒤 "극우 시민단체의 집단행동을 지목한 이들도 76.6%에 달하였다"고 기술한다.
한국에서도 극우세력에 대한 경계심은 높다. 그런데 한국 극우의 의제는 극우정당이 아닌 보수정당을 통해 발현되고 있다.
이것은 극우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보수정당 내의 극우세력으로 향하는 데에 지장을 주는 구조다. 이는 국민의힘에는 좋은 일일지 모르지만, 극우의 사회적 폐해를 조기에 시정하는 데는 훼방이 된다.
지금 한국은 유럽 극우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물론 유럽의 극우 현상이 한국에도 영향을 주지만, 그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 발등에 이미 떨어져 있는 한국 극우의 문제다. 한국 극우가 일본 극우와 연대하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노동과 언론을 억압하며 부의 편중을 부채질하고 역사를 부정하고 있는데도 이들이 유럽 극우만큼 견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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