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고 경계를 허무는 자들에게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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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진(joy7736)등록 2024.07.08 13:11
최근 나보다 12살 어린 띠동갑 신입 직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나는 외국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이질감이 들었다. 그는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자신을 드러냈다. 그를 보며 나의 신입 시절이 떠올랐다. 청바지에 흰 티만 입어도 싱그러웠던 시절이다. 그때 나는 무엇을 그리도 감추고 싶었는지 무채색 옷만 입고, 튀는 어떤 것도 거부했다.
 
하지만 그는 화려하다 못해 과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저렇게 대놓고 자신을 표현해야 할까?'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 나의 프레임 안에는 겸손과 겸양이 최고의 미덕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그를 보는 나의 시선이 어색하고 즐겁지 않았다. '혹시 나에게 없는 그의 당당함과 젊음을 질투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날 그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옷이 무채색밖에 없어요?"
"..................."
"너무 지루해 보여요."
"..................."
 
SNL에 나오는 김아영 배우가 연기하는 그 눈을 보았다. 바로 맑은 눈의 광인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별의별 사람을 다 봤지만, 저런 맑은 눈으로 아무렇지 않게 상대의 옷을 지적하는 무례한 사람은 처음이다. 일단 그의 말이 나에게 조금도 타격감이 없다는 듯 당황하지 않고 무사히 자리로 돌아왔다. 바로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나를 칭찬한다.
 
자리에 앉아 차분히 나의 감정을 살펴보았다. 나의 옷에 대한 지적이 옷 자체의 지적이라기보다 나의 삶 자체가 지루하다는 말 같이 들려서 기분이 나빴다. '세대 차이일까? 취향의 차이일까?' 이것은 차이의 문제가 아니다. 예의의 문제이다. 그날 이후 그의 새빨간 립스틱과 쨍한 색감의 아슬아슬 원피스가 더 거슬린다.
 
직장인 중에 일이 힘들어 회사를 그만둔 사람은 거의 못 봤다. 사람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것이다. 직장에서 꼴 보기 싫은 사람과 매일 봐야 하는 것은 고통이다. 나같이 관계 중심인 사람에게는 더더욱 곤욕이다.
 
우리는 무례함으로 선을 넘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람들과 맞서야 한다. 그들은 다음에 더 쉽고 아무렇지 않게 경계의 선을 넘을 것이기에. 무례함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지키면서, 동시에 선을 넘는 자와 원만하고 조화롭게 살아갈 방법이 있을까?
 
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에는 「청일조계지경계계단」이 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으로 인천항이 개항되었다. 개항한 인천에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는데, 1883년 일본 사람이 모여 사는 조계지가 형성되었고 이듬해 청나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조계지가 설정되면서 일본과 청나라 사람들의 조계지를 나눠주는 경계로 계단을 만들었다.
 
「청일조계지경계계단」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일본 사람들이, 서쪽에는 청나라 사람들이 모여 살았다. 계단을 경계로 양쪽으로 형성된 마을은 중국식과 일본식 전통 건축 양식으로 확실하게 나뉘고 각국의 문화와 법을 따르며 살아갔던 모습이 아직도 진풍경으로 남아있다.
 
그 당시 일본 사람이 함부로 계단의 경계를 넘어 청나라 구역을 침범했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싸움이 났을 것이다. 개인의 갈등은 국가 간 전쟁으로 번졌을지도 모른다. 계단의 경계는 서로를 지키고 보호하는 수단이 되었다.
 
선을 넘고 경계를 허무는 자들에게 고한다. 서로의 경계를 살피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나와 너, 모두의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길 바란다. 건강한 경계 설정은 나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상호작용하며 모두가 함께 성장해 나가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계지: 주로 개항장(開港場)에 외국인이 자유로이 통상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도록 설정한 구역. <출처:두산백과>
*「청일조계지경계계단」: 인천광역시 기념물 재 51호(인천광역시 중구 자유공원 내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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