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고, 진짜 나로: 착한 아이 증후군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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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희진(joy7736)등록 2024.07.01 13:49
 어렸을 때 부모님의 사정으로 외할머니댁에 맡겨졌다. 부모와 분리되어 유기 공포를 경험했던 나는 또 버려질까 두려워 '착한' 가면을 쓰고 성장했다. 사실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반항하고 싶고, 자유롭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참았을 뿐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착하다'라고 하면 왠지 기분이 좋고 마음이 놓였다. 청소, 정리, 심부름 등을 했을 때, 주로 칭찬을 받았다. 착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하기 싫은 일들을 반복적으로 했던 것 같다.
 
집에서는 착한 딸, 학교에서는 착한 학생, 회사에서는 'YES'맨으로 가면을 쓰고 지냈다. 착한 가면은 나의 '찐' 모습을 감추기에 꽤 쓸모가 있었다. 그러나 이 아이템의 쓸모는 오래가지 못했다. 어른이 되어서도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지 못하니, 직장 생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거절하지 못해, 모든 일을 다 떠안았다. 온종일 이 사람, 저 사람의 일을 도와주느라, 정작 내 업무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착함'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과부하가 걸렸고, 착한 가면은 점점 더 버거워졌다. 벗어 버리고 싶었지만, 오랜 세월 가면을 쓰고 살아서 가면과 내가 하나가 되어버려 아무리 애를 써도 벗겨지지 않았다.
 
양보를 잘하고, 심부름을 잘하며, 시키지 않아도 청소를 잘했던 착한 아이 안에는 괴물이 자라고 있었다. 그때그때 감정을 풀지 못해 쌓아둔 묵은 감정들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쌓아둘 곳이 없는 묵은 감정들의 무게로 삶은 점점 지치고 힘겨웠다.
 
그러던 어느 날 결국 내 안의 참고 참았던 감정이 폭발해 평화로운 사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버렸다. 항상 웃으며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모두 맡아서 하던 'YES'맨의 분노는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영화 속의 '헐크' 그 이상의 폭발력으로 그동안의 착한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겹겹이 쌓여있던 두꺼운 가면이 벗겨지자, 민낯이 드러났다. 나의 실체를 알아버린 사람들과 더는 함께 할 수 없어 사표를 던지고 회사를 나와버렸다.
 
퇴사 후 그동안의 내 삶을 돌아보았다. 착한 아이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만 했던 과거의 시간은 애처롭고 가여웠다. 나는 '착한 아이 증후군'이였다. 착한 아이 증후군 [ Good boy syndrome ]은 부정적인 정서나 감정들을 숨기고 타인의 말에 무조건 순응하면서 착한 아이가 되려고 하는 경향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이 증후군은 나처럼 어린 시절 상처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압력이 원이 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외부의 기대나 사회적 압력에 의해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하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착한 아이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으며, 개인의 삶과 심리,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착한 아이'가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고, 직장에서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개인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게 한다. 모든 사람이 '착한 아이'가 될 필요는 없다. 각자의 개성과 감정을 존중하는 문화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비난받지 않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을 살피느라 소모해 버렸다. 이제 타인에게 착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던 에너지로 나를 보살피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며 솔직하게 표현해보는 건 어떨까. 타인에게는 당당하게 'NO'라고 외치고, 자신에게는 다정하게 'YES'라고 말해 보자. 이제 가면은 벗어버리고 '착한 아이'가 아니라 '좋은 사람'으로 내 삶의 주인이 되어, 솔직하고 당당하게 살아 내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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