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흥행 한국 사회의 의미는?

-'인사이드 아웃 2'가 던져주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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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codess)등록 2024.06.29 10:42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2'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2015년의 1편이 워낙 많은 팬을 얻기도 했고, 개인의 감정 심리에 관한 개념을 캐릭터로 만들어 알기 쉽게 상황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캐릭터를 통해 감정이입은 물론 동일시의 몰입을 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유효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불안감이 시시때때로 엄습하는 이들에게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는 상당한 치유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보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적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불안하고 우울하며 외롭다는 지적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적 위기를 일으키는 그 사회적 원인과 배경에 대한 진단은 사람마다 따라 다를 수 있다. 대개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나 이에 결합한 유교를 언급한다. 즉 자본주의와 유교에 정신적으로 위기에 빠진 이들이 '인사이드 아웃'을 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개념이 일으키는 혼란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흥행의 원인을 잘못 진단할 수도 있고, 이후 콘텐츠 제작에도 잘못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논의를 위해 한 가지 있었던 최근 사례를 언급하고자 한다. 2024년 1월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베스트셀러작가 겸 유명 유튜버 마크 맨슨은 한국인이 탐탁지 않을 게시물 하나를 올렸다. 제목부터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에게 정신 건강의 위기가 크고 불안, 우울증에 따라 자살 비율의 증가 추세를 언급했으며, 이에 대한 원인을 제시했다. 그 원인으로 사회적 압박을 지목했다. 학교와 직장을 통한 성과와 생산성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압박을 예시로 들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의 자본주의 폐해라고 지적했다. 그럼 성과와 생산성을 강조하는 자본주의를 없애면 한국인들은 우울감이 없어지는지 알 수 없다.

다음 사회적 원인으로 유교를 언급했다. 마크 맨슨은 "유교 문화에서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공감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인격의 실패로 판단한다."라고 했는데, 일부는 맞는 지적을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유교가 그 배경인지는 알 수가 없다. 유교만 제거하면 한국의 우울한 문제들이 해결되는지 알 수 없다. 유교 국가가 아니어도 가족주의는 강조된다. 유교를 신봉하는 것과 유교는 별개다.

중요한 것은 한국에는 정신을 강조하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심리학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인사이드 아웃' 같은 애니메이션의 흥행과 맞물려 있다. 한국인들은 정신 병원이나 클리닉은 덜 가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정신적인 해결을 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적 원인과 배경을 찾을수록 한국인들의 내재적인 심리를 놓치게 될 것이다. 흔히 사용하는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는 말은 중국 남송(南宋) 시대에 편찬된《주자어류(朱子語類)》에 나오는 말이다. 유교라기보다는 성리학이라고 봐야 한다. 성리학을 맹신하는 한국인은 없다. 외부 사상은 문화 유전자가 있어야 수용되고 널리 퍼질 수 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라는 표현 이전에도 속담에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신을 중시하는 전통 의식은 있었다. 그런데 호랑이라는 캐릭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신을 강조해야 하는 이들은 사회적 강자가 아니라 약자들이다. 호랑이들은 정신을 차릴 필요도 없는 셈이 된다. 정신을 강조하는 이러한 전통은 심리학에 관한 관심을 항상 두게 한다.

한국인들이 전반적으로 정신에 관해서 관심을 가진 것은 수천 년 물리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기도 하고, 심리적 약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약자가 정신을 강조할수록 모든 것이 자기 개인의 탓이 되면서 우울감 좌절감을 느끼게 되면 극단적인 선택도 하게 된다. 특히, 서양식 개인주의가 무분별하게 침입할 때 더 악화할 수 있다. 최소 공동체인 가족주의마저 무너지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요컨대, 유교도 자본주의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특정 현상의 근원을 사회나 환경의 탓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아예 개인의 행태에 원인을 돌리는 것이다. 마크 맨슨이 전문가의 인터뷰를 통해 강조한 인지 왜곡 개념도 그렇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완벽주의자가 많고 모 아니면 도. 즉,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다는 논리는 현상의 지적일 뿐이다. 예컨대, 의대 진학을 목표로 구성된 입시 교육에서는 100점이 아니면 목표 달성은 힘들다. 당연히 개인의 인지 왜곡이 아닌 이런 제도가 작동하고 있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결국, 개인과 사회의 관계성에 따른 대응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사이드 아웃'의 흥행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인사이드 아웃'의 장점은 개인과 사회, 심리와 환경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접근하지 않는 것이다. 한참 유행인 뇌 과학에 머물지도 않는다. 뇌만 들여 다 본다고 개인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는 없다. 감정을 관장하고 조정하는 뇌의 부위를 열심히 외워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인사이드 아웃'의 대중적 매력은 개인의 내적 심리를 그들을 둘러싼 상황과 관계 속에서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주인공은 점차 성장하며 여러 일을 겪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감정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고, 그 감정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핀다. 어떻게 보면 매우 동양적인 인과 관계 사고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익숙한 설정이다. '인사이드 아웃 1'에서는 특히 기쁨과 우울감, '인사이드 2'에서는 불안감을 사춘기 특유의 상황과 잘 연결해주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지 않는 이들이 없기에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 형성에 장애물일 것 같은 불안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생애주기에 따라 개인의 심리 특히 감정이 작동하는 캐릭터로 형상화했기 때문에 아동은 물론이고 부모도 같이 공감할 수 있다. 이는 10대부터 50대까지 골고루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숨기고 폐기해야 할 슬픔, 불안이 어떻게 행복감과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점은 한국인들에게 부정적일 수 있는 환경과 제도를 긍정의 선순환으로 만들 수 있게 하는데 깊은 영감을 준다.

어쨌든 '인사이드 아웃' 방식으로 한국인들이 살아갈 수 있다면, 우울감 불안감으로 자살에 이르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국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우리의 애니메이션이 나와야 한다. 웹툰에 비교해 애니메이션 장르의 가치를 저평가해온 현실이 안타깝다. 거꾸로 이런 콘텐츠가 많았으면 외국인 유튜버가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144만 구독자에게 널리 알리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어른, 아이 모두 같이 볼 수 있는 마음 챙김의 콘텐츠에 K 콘텐츠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웹툰으로 미국에서 우리나라 관련 기업이 상장하는 와중에서 전 세대가 즐겨보는 애니메이션의 효과를 간과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울러 그 사회적 역할과 효과도 언제나 품고 있다면 더 금상첨화다.
 
덧붙이는 글 굿모닝 충청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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