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서 걷는 건 되지만 '행진'은 안 된다?

대학생 평화 행진 불허한 서울시와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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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dnfekf55)등록 2024.06.24 09:28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반전평화 실현을 위한 대학생행동>(이하 대학생행동)이 열린다. 지난 3월, 팔레스타인 해방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원하는 대학생들이 '뭐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기획해 벌써 4회 차를 맞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팔레스타인 학살 중단하라!", "전쟁을 부르는 한미전쟁연습 중단하라!"
대학생들이 직접 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도심을 행진한다.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과 주한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멈춰서서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자유발언대를 연다.
5월에 열렸던 대학생행동에는 많은 시민이 호응을 보냈다. 참가자들은 미 대사관이 마주 보이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연설을 했다. 미국의 이스라엘 무기 지원을 규탄하고, 남북 충돌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한미전쟁연습 중단을 요구하자 많은 시민이 연설을 경청하고 행동에 동참했다. 주최 측에 요청해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한 시민이 있었는가 하면, 대학생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도 있었다. 대학생의 행동이 사회에 작은 물결을 만들어낸 것 같아 뿌듯했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번 달 대학생 행동을 기획하던 중 서울시와 경찰의 어이없는 행태로 인해 대학생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시 조례를 명분으로 경찰이 대학생행동에 집회 제한 통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3월 경찰은 서울시 조례가 광화문광장 내 집회 개최를 불허하고 있어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로 지나가는 것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치에 맞는 조치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대학생행동은 세종문화회관 앞 인도로만 행진했고 이미 세 차례 같은 코스로 행진을 진행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경찰은 말을 바꿔 세종문화회관 앞도 광화문광장에 포함되기 때문에 지나갈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렸다. 한 달 만에 광화문광장 확장 공사라도 했다는 말인가?
애초에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와 행진을 할 수 없다는 것부터 잘못된 것이다. 조례를 통해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서울시의 태도는 오만하기 그지없다. 광화문광장은 시민들이 통행하고 북 피크닉, 콘서트 등이 활발히 벌어지는 공간이다. 시민들을 위해 개방된 공간에서 목소리를 내 집회를 할 수 없고 피켓을 들고 행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주의가 꽃피는 공간이어야 하는 광장이 시민의 발언권을 말살하는 공간이 되어버렸다.
경찰의 행진 불허가 정치적인 의도를 가졌다는 의심 또한 지울 수 없다. 미 대사관 건너편인 광화문광장에는 성조기를 들고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일명 '태극기부대'가 상주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들의 행위를 제지하지 않고 있다. 똑같은 단체 행동이지만 미국을 찬양하는 태극기부대는 용인하고 미국을 비판하는 대학생 행진은 불허하는 경찰의 이중잣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는 5월에도 청계광장에서 세계문화축제가 열린다는 이유로 청계광장 행진 불허 지침을 내렸다. 인파가 몰리는 것을 우려했다면 경찰이 통제하면 될 일이다. 행진을 막을 구실이 필요했던 것 아닌가?
최근 경찰은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 경찰 버스를 세워 대사관을 방어해주고 인도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비호하고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함이다. 서울시와 경찰의 작태는 윤석열 정권의 방침과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정권은 상전처럼 떠받드는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시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있다.
공권력의 치졸한 방해에도 대학생들은 행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학살을 차마 외면할 수는 없다. 한반도에 사는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쟁 위기 역시 방관할 수 없는 문제다. 6월 29일 오후 1시 청계광장에서 4차 <반전평화 실현을 위한 대학생행동>이 개최된다. 평화를 염원하는 대학생과 시민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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