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적 법률주의자와 싸우는 법

- 2024년 여름 정세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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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yesom)등록 2024.06.17 10:18
문자적 법률주의자와 싸우는 법 
- 2024년 여름 정세분석과 우리의 대안 -


하나, 총선 이후 정세를 진단하는 이유

대한민국은 현재 88년 개정헌법을 쓴다. 87년 헌법개정논의를 신문으로 지켜보다 헌법이 발효된 88년에 나는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그나마 신경 써서 공부한 것은 헌법과목이었고, 지난 36년간 헌법이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으므로, 내가 그 때 배운 지식이 아직 유효하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정세를 진단하고 정국을 예상하려 한다.

차라리 지난 4월이 총선 기간이 행복했을지 모른다. 당시 조국혁신당 돌풍에 힘 입은 야당의 선거운동과, '3년은 너무 길다' 구호에 공감하여 총선에 힘을 더했고, 그에 따른 현 정부의 변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200석에 열 몇석 모자란 아쉬운 결과를 받아 들고 실망했다. 그나마 개헌선에 거의 근접한 승리라며 위로했지만, 그것도 잠시 특검법을 발의해도 결국 거부권에 막혀, 국회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한다. 결국 총선에서 야당은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 밑에서는 190석 가까이 된 것만으로는 결국 지난 국회와 전혀 달라질 것이 없음을 깨닫고 좌절한다.

2024년 6월 절반의 국민은 다시 방향을 잃은 채 한탄하며 잠을 못 이룬다. 대통령은 보란 듯이 무제한적 거부권 행사를 공표했고, 잠잠했던 부인은 당당히 해외로 떠난다. 채상병 특검이나 조사는 지지부진한데, '쌍방울 대북 송금사건'에서 보듯이 이재명을 옭아매려는 이화영 부지사에 대한 재판은 뻔뻔하게도 졸속으로 진행된다. 친윤세력으로 배치한 검찰은 물론 사법부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뜬금없는 포항 앞바다 석유 매장 건을 던져, 온통 그곳으로 시선이 쏠리는 동안, 대통령 부부는 행복하게 즐기고, 국민의 상심은 깊어 간다.

진보적인 국민은, '뭔가 하겠지', '다수인 190석 국회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 하며 기대한다. 이런 헛된 기대는, 무너지는 순간 붕괴를 가져오므로 위험하다. 현재 정국을 찬찬히 살펴보자. 전망이 밝지 않지만, 그래도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는 편이 안전하다. 위기 극복은 정확한 사실진단부터 시작된다.
 

둘, 법대로 하는 대통령이 믿는 구석

윤석열은 문자적 법치주의자다. 법에 쓰인 대로만 하는 이 사람에겐 관습도 없고 적당한 선이 없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도 없다. 그는 법이 보호하는 테두리 안에서 모든 부정행위도 능히 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도 합법절차를 이용해서 법대로 짓밟는 법전문가다. 지난 조국사태에서 온 가족을 도륙한 잔인성에서 드러난다. 법에서 허용하는 한 문자적으로 법률이 준 권리를 남김없이 사용하여 자기 뜻을 실현한다.

과거 독재자 박정희나 살인마 전두환도 이토록 거부권을 남발하지 않았다. 국정이 막히면 총리를 바꾸기도 하고 장관 경질도 하면서 야당과 소통하려는 모양새를 보여주곤 했다. 그러나 문자주의적 법률가 윤석열은 기존의 질서와 상식을 무시하고 법대로만 한다. 현행 헌법에서는 국회를 견제하는 행정부의 수단으로서 대통령 거부권을 인정하지만, 거부권의 횟수는 제한하지 않았다. 8

7년 민주화 세력이 골몰하여 헌법을 개정할 때에는 이 정도면 어느 독재 권력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헌법의 취지를 알아듣고, 거부권을 '적당히' 사용하며, 야당의 견제와 국민의 눈이 무서워서라도, 거부권을 '적당히' 사용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대통령에게 기대한 품위이자 상식이었다. 심지어 박정희와 전두환도 '적당히' 사용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87년 헌법은 완벽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 대통령은 상식을 뛰어넘는 남다른 사람임이 드러났다. 한국 민주세력이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별종이다.

헌법에서 거부권 횟수제한을 두지 않았으니, 헌법대로 자신의 권리인 거부권을 얼마든지 사용하겠다는 윤대통령의 비상식적인 고집을 제어할 방법은 슬프지만, 전혀 없다. 조국 대표는 '거부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말하지만, 이는 정상인에게만 해당하는 교과서적인 말이다.
문자적 법률가 윤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잘 생각해 보면, 그의 다음 행보가 보인다. 또한 우리가 기대할 수 없는 일과 또 그나마 기대하며 소망할 할 수 있는 일도 명확히 알게 된다.
 

셋, 그가 가진 카드, 우리의 헛된 기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야당에게 200석에 약간 못미치는 의석을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진보적인 시민들은 이제 거의 다 되었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총선 직후 김건희가 대외활동을 재개했다.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욕구를 누르고 갇혀 있다가 이를 못이겨 잠깐 외출한 것이 아니다. 문자적 법률가 윤석열의 법적 자문을 통해, 이제 당당하게 나와도 아무 문제 없는지 단디하고, 당당한 행보를 재개한 것이었다. 윤석열의 당당함을 통해, 우리의 희망의 헛됨을 유추할 수 있다.

첫째, 국회는 200석이 안되는 야당 주도로 특검을 의결할 수 있다. 그러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 하면 된다. 특검 재의결에는 10여석 국민의 힘 의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도 3년이 남은 창창한 대통령 밑에서 배신할 의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무제한적인 거부권 앞에서 190석 특검결의는 아무런 힘이 없다. 특검이 필요한 사건이 너무 많지만, 특검과 거부권 공방이 무한루프처럼 반복된다면, 결국 국민의 관심과 지지도 적어질 것이다. 희망을 버리자.
 
둘째, 국회는 주요인사와 국무위원, 국무총리, 그리고 대통령도 탄핵할 수 있다. 그러려면 200석이 넘어야 하고, 아직 3년이나 남은 여당의 표를 기대하기란 몹시 어렵다. 총선에서 200석에 미치지 못한 이상 우리에게 탄핵 카드는 없음을 인정하고 헛된 희망과 논의를 그치자.
설령 어찌해서 200표를 얻어 탄핵을 의결했다고 쳐도 희망을 갖지 말자. 미래는 더욱 어둡다. 지난 5월 30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보복수사를 지휘한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 결과가 나왔다. 여러모로 악질적이고 불법적인 안 검사에 대한 탄핵은 불행히도 5대 4로 기각되었다. 탄핵을 담당하는 헌법재판소의 9명 중에서 6명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용인된다. 과거 진보적인 재판관이 다수였던 박근혜 탄핵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설상가상으로 진보적인 헌법재판관 두 명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고, 대통령은 자기 사람으로 이 자리를 채울 예정이다. 2024년 하반기의 헌법재판소는 보수7 : 진보2로 상황이 아주 나쁘게 된다. 일개 검사하나 탄핵하지 못하는 마당에, 앞으로는 더욱 탄핵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희망을 버리자.
 
셋째, 재판정에서 싸울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자.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향한 재판이 시시각각 옥죄어 들고 있다. 이화영 재판에서 보듯이 친윤 판사들은 판사의 독립성과 재량권을 십분 발휘하여 자기 입맛대로 판결하여, 야당 지도자를 결국 구속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가진 힘과 법적 권한을 남김없이 이용하려는 윤석열에게는 이재명과 조국의 재판과 구속, 실형선고와 이에 따른 피선거권 박탈은 야당의 정적 두 명을 제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이를 위해 검찰인사를 단행하여 친윤검사를 옹위하였고, 친윤판사를 배정하여 이미 큰 그림을 다 맞춰둔 듯하다.
검찰은 무리하지만 절차적으로는 흠없게 꼬투리를 잡아 기소하고, 판사는 피고에게 불리한 증언만 채택하여 대통령이 뜻에 맞게 판결한다면, 이에서 벗어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령 초거대 야당의 당대표라 할 지라도, 현행 헌법 아래서는 합법을 가장한 이러한 폭력에서 피할 수 없다.
 
넷째, 삼심제에 대한 기대를 버리자. 물론 1심에서 나쁜 판사를 만나 형을 언도받고도, 2심에서 두번째 변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도 안되면 대법원에서 세번째 판결을 구할 수 있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사필귀정,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13명의 대법관의 성향은 이미 보수 8: 진보 5로 기울어져있다. 게다가 올해 말에 임기 만료되는 4명 중 진보성향 법관이 3명이 교체되고 윤 대통령이 새로운 법관을 네 명을 임명할 예정이다. 즉 25년에는 보수 11명 대 진보성향 2명으로 대법원은 보수성향 법관들로 완전히 장악되게 된다. 지난 2년간 윤석열의 문자적 법률주의를 뼈저리게 경험한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리 그래도 각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겠거니' 하며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구속은 예정되었다. 여당의 재집권 플랜에도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으니, 여당이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을 리도 없고, 여당 국회의원들이 이를 모르고 반대표를 던질 리도 없다. 여기에도 희망이 없다.
 

넷, 우리에게 남은 방법

요약하면, 윤석열의 손에는 200석이 안된 국회와, 보수적인 대법원과, 보수적인 헌법재판소가 들려졌다. 현 헌법 아래서 무대뽀인 대통령의 손에 쥐어진 2중 3중의 안전그물이 있는 이상 그를 막을 방법은 없다.

특검은 거부되고, 법안 통과도 거부되고, 탄핵을 기대할 수 도 없는데, 야당 지도자들 마저 구속 된다면, 우리에게 남은 희망은 무엇인가? 물론 우리는 재판이나 심문에 성실히 임해서 싸워야 하고, 기울어진 언론환경을 뚫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부당함을 알려서 부지런히 국민을 깨워야 한다. 국회는 거부권의 바위를 향해 특검 계란을 끊이 없이 던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무제한 거부권 앞에서 국회는 특검은 무력하고, 검찰과 재판관의 독립성을 보장한 87년 헌법 제도 아래서 국민은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희망은 있는가?
 
우선, 3년 뒤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뒤 심판하는 경우는 가능하다.
그 때는 윤석열과 김건희와, 장모와, 국방장관과 모든 비리와 게이트에 관련된 자를 엄히 심판하고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쌓인 범법행위와 부조리의 증거는 헤아릴 수 없으니, 처벌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전직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막아서는 일부 국민과 여론의 벽을 넘어야 할 부담은 있지만, 과거 이명박 대통령도 결국 재임시의 부정에 대한 심판을 받고야 말았다. 심지어 정권이 박근혜로 넘어가 3~4년 수사가 지지부진 했지만, 당시 검사장이던 윤석열 검사가 끝내 이명박을 구속한 전례가 있다.

다음 대선에서 설사 또 다른 국민의 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할 지라도, 그 이후 정권에서는 반드시 윤석열 부부를 심판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좌절하지 말자.
 
임기 만료 전에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있다.
대법원과 헌재가 넘어가고, 무도한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은 거의 없다. 즉, 현 체제 아래서는 희망이 없지만, 그러나 헌법 자체를 바꾸면 가능하다. 판을 뒤흔드는 것이다. 다른 헛된 희망을 버리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3년은 너무 길지만, 내년 봄이 되어 대통령 임기가 2년 남은 시점에는 여당과 검찰과 사법부과 공무원 사회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전두환도, 박근혜도 마지막 1년에 무너졌다.
 
현재로선 탄핵보다 헌법개헌이 더 가능성이 높다. 국정조사도, 특검도 결국 끝에 가서 가로막히는 판국이 된 지금 헌법개헌이 사실상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희망이다. 지금은 헛된 다른 모든 경우의 수를 일찌감치 파악하고, 희망을 버리고 대신 실현 가능한 헌법개정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대한민국 헌법개정은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발의로 제안할 수 있다. 이는 당장 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야당이 머리를 맞대고 새공화국 헌법에 대한 중지를 모으자.

국회 의결 후 대통령이 공표하면 두달 이내에 국회가 표결하는데 이 때 3분의 2를 얻어야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 여전히 10표가 모자라긴 하지만, 어차피 헌법재판소에서 가로막히게 될 것이 자명한 대통령 탄핵안보다 합리적이고 미래적인 새 헌법안이 여당 국회의원의 이탈표를 얻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이 이탈표 가능성은 내년이 되어 대통령 임기 만료가 가까워지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발의된 헌법개정안은 국민투표에 부쳐서 과반찬성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방심할 수 없다. 현재 49대 51로 나눠진 정치지형에서 국민투표안이 설득력을 얻고 과반 지지를 받으려면, 지난 총선에서 힘을 모았듯이 열심히 운동하고 설득하고 홍보하여, 새롭고 합리적인 제 7공화국의 비전을 널리 알려야 한다. 지도자의 품격과 인간성을 믿고 대략 관습과 암시적으로 일임하던 허점을 봉쇄하고, 아주 고지식한 문자적 법률가도 헌법 정신을 모독하지 않도록, 명백하게 그 권리행사의 범위를 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새헌법은 아래 내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할 것이다.
(1)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제한 (2) 대통령의 가족 등 이해당사자 관련 법률에 대한 거부권 제한 (3) 검사장 직선제 (4) 법원장 직선제 


다섯, 새로운 판에서 겨루자.
국회의 일은 거부권에 막히고, 탄핵은 거의 불가능하다. 심지어 법원마저 우리 기대를 저버린 지금, 조감간 두 야당대표의 구속이 현실화 할 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 하는 길이다.

이미 대통령 실에서 계산이 다 끝난 곳을 향해 헛된 곳에 힘쓰기 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새헌법 만들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 21세기를 위한 새롭고, 합리적이고, 더욱 정교한 헌법을 만들어 앞으로 올 미래의 한국을 위한 새로운 그림을 그리자. 그 어느 법률기술자도 다시는 헌법정신을 유린하지 않도록 단디하자. 검사장과 법원장도 직선하여 민의가 더욱 잘 반영되는 새판을 깔아보자.

오늘 창밖은 밝지 않다. 그러나 희망의 문은 열려있다. 문자적 법률가의 호된 경험을 교훈 삼아 이 참에 멋진 헌법을 만들어보자.
 
©Bomsu Kim,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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