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필자는 새 통일방안이 유의미한지, 어떻게 제정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차후에 더 논의하기로 하고, 우선은 자유에 방점을 찍은 통일방안의 추진이 우려된다는 점만을 간략히 밝히려고 한다.
참고로, 세계일보는 기사 <통일방안에 '자유민주주의'가 없다고?...실제론 23번 등장>(2024.3.14)를 통해 기존의 우리 정부 공식 통일방안에도 이미 '자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자유는 정말 소중한 가치다. 그런데 자유를 강조하는 윤 정부의 통일방안 추진을 왜 우려하는가? 북한 인권도 실현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통일방안 추진을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는 자유에 방점을 찍는다고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이해하고 있는 자유는 국민과 민족 전체를 배려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부 비판 인사들에 대해 대놓고 국가위협세력 같은 표현을 쓰는 정부가 생각하는 자유를 제대로 된 자유라고 받아들이기는 곤란하다. 더욱이 현 정부에서 여러 분야에서의 자유권이 후퇴되고 있다는 내외적인 지적이 상당하다. 이런 정부가 자유를 강조하는 새 통일방안을 구상하여 발표한다니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자유와 인권은 독립된 개념이 아니다. 인권은 자유권과 사회권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대 민주주의 법원리가 세계사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일부 강자(부르주아지)들만의 자유를 의미했던 자유는 점차 모든 시민의 자유로 확대되어 왔다. 인권이 사회권을 또 다른 주요 축으로 구성하게 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통일방안으로 인권을 화두로 얘기한다면, 자유권과 사회권 모두 강조하는 쌍두마차로 가야 한다. 집권 3년 차에 접어둔 윤석열 정부의 사회권을 대표하는 복지·노동·소수자 정책들에 대해 많은 단체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니 자유와 인권의 보편가치를 담겠다는 현 정부의 새 통일구상이 협소한 이념에 갇혀 또 다른 어려움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가 될 수 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넥스트브릿지'의 '22대 국회가 해야할 과제와 정책 제안'라는 좋은 기획에 아이디어를 더하려, 지난 3월에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조금 다듬은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반국가세력', '공산전체주의세력',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이라는 말이 안 나오니 조금 안심은 되지만, 그래도 걱정은 여전하다. 여당의 고위 관계자가 불과 얼마 전 야당을 향해 '국가위협세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기억도 아직 여전하기 때문이다.
의회를 통과하는 통일구상이 필요하다
앞의 우려들이 북한과 통일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현 정부가 하는 일에 그저 딴지를 걸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가올 8.15 광복절에 예정되어 있는 새로운 통일방안 발표를 준비 중인 정부와 새롭게 시작하는 22개 국회에 성긴 제안이나마 드리고자 한다.
사실 국민들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이나 대북정책과 관련된 대통령의 메시지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편,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통일방안 발표 이후 반대 정치세력은 이를 무시하거나 폄하했다. 사실 현 정부에서 새로운 통일방안을 내놔도 몇몇 연구자들에게만 유의미한 분석 대상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필자가 통일방안에 대해 깊이 탐구한 논문을 내지 않았더라면 개인적으로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통일방안에 대해 논문도 낸 적이 있고 연구를 많이 했다. 통일방안의 법적 성격에 대해 규명해보려고 했고 통일방안이 담아야 할 내용과 어떻게 발표되어야 할지 형식적 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고민했다.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더라도 통일방안이 헌정사적 관례로 헌법적 의미가 있다는 주장을 학술적으로 논증한 사람으로서 정부의 통일구상에 의견을 보태고 싶었다.
새로 통일방안을 발표한다면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적 면에서 의회를 관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공교롭게도 연이어 야당이 다수당이 되어 여대야소 국면이기 때문에 통일방안과 관련된 개인적 지론은 오해받을 수 있겠으나, 이미 2009년 필자는 논문을 통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과 유사한 형식으로 '(가칭)통일방안 수립의 원칙과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통일방안을 국가의사로 확정하는 절차와 담아야 할 원칙과 내용에 대한 준거를 법률로 규정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입법부인 국회가 더 대표성이 있다고 보는 개인적 소신에서 연유하는 것도 있지만, 과거 통일방안을 살펴보면서 민주적 정당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절차적인 면에서 고민한 대안이 바로 통일방안에 대해서 국회의 동의 내지 추인, 적어도 보고라도 하는 절차이다.
22대 국회가 통일방안 수립과 관련된 법률을 만들고, 그 법률에 따라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부침없이 실행해 나갈 수 있는 통일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차선으로는 대통령과 행정부 중심으로 앞서 우려되는 통일구상이 발표되어, 첨예한 갈등의 지점이 되는 상황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종적으로 국회가 통일 관련 논의를 상설적이고 주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을 만들기를 바란다.
한반도 전역에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는 '사자 통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