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5시 33분, 천국이 공원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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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mukhyangr)등록 2024.06.05 08:14

 
월요일 오후 5시 33분, 천국이 공원에 착륙했다. 롯데월드 연간회원권을 갱신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공원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참 쉽게 잘논다.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개미 한마리를 사이에두고 모두 친구가 된다. 존재로 만난다는건 꼭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다.
 
아이는 여전히 같은 어린이집 친구와 손을 잡고 부지런히 논다. 나는 그늘 아래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롯데월드를 가면 거의 추격전이 일어났는데 이곳은 이토록 평화롭다.
 
월요일은 아이의 생일 이었다. 특별한 이벤트는 없이 하던대로 공원에 나왔다.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고, 웃음소리가 가득했고, 하늘이 열일 중인 것이 그저 선물 같았다.
 
보통의 하루였다. 어느덧 집에 가야할 시간이 되어서 아이를 달랬다. 친구와 인사 시키며 아무래도 숨길 수 없어서 말해버렸다. 친구야, 오늘 나음이 생일이야 축하해줘.
 
그 말을 듣자마자 아이 친구의 어머니가 어머나 오늘 나음이 생일이구나 생일 축하 합니다를 선창하셨다. 그러자 그 공원에 있는 사람들이 꽃이 하나둘씩 활짝 피는 것처럼 박수를 치면서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러주었다.
 
정말 엄청난 광경이었다. 살면서 봤던 어떤 것들보다 가장 으뜸이었다. 수십명의 모르는 어른들, 아이들이 이렇게 아이의 생일을 축하해주는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니. 인류애가 맥시멈으로 차올라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뜨근뜨근해졌고, 콘서트를 하는 가수처럼 '여러분 한번 더 !'를 외칠뻔 한 것을 간신히 삼켰다.
 
아이도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면서 나무 뒤에 서서 어벙벙하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치사량의 감동이었는데 화룡점점은 따로 있었다. 아이의 친구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나음이에게로 가까이 오더니 꼭 안아주는 것이었다.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모두들 그 압도적인 장면 앞에 뭉클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걸 기록해야겠다는, 사진을 찍고자 하는 마음 조차 잊어버린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10초쯤 지났을까 모두들 생일 축하해 하면서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고 360도를 40도씩 쪼개서 돌며 감사 인사를 했다. 꿈보다 더 꿈 같았던 순간, 월요일 오후 5시 33분, 천국은 공원에 그렇게 착륙했다.
 
 

아이와 친구 ⓒ 김정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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