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런닝맨> 송지효는 진짜 태업 중?

홍일점 송지효의 별명 변천사와 스머페트 법칙

검토 완료

박소향(0519psh)등록 2024.06.07 13:27
 

SBS <런닝맨>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프로그램 대표 이미지 ⓒ SBS

 

국내 최장수 버라이어티 예능 <런닝맨>은 어느덧 15년 째 장기 마라톤을 달리는 중이다. 멤버들의 큰 구설수가 없는 편이라 무병장수라는 수식을 붙여도 무방하다. 최근에는 뜨고 있는 배우 '강훈'을 임대 멤버로 영입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뽑아내고 있다.

다만 요즘 들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잡음이 하나 있다. 바로 홍일점 멤버 '송지효'의 태도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다. 멤버들의 나이와 트렌드를 반영해 '이름표 뜯기'에서 '토크' 장르의 비중이 늘자 애드리브에 약한 송지효의 저조한 활약이 시청자의 눈에 밟힌 것이다. 

송지효 역시 이를 인지하고 조언을 구한다는 사실이 종종 언급되나, 일명 '송지효 태업' 여론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론 자신만의 특별한 개성을 드러내야 살아남는 치열한 예능판에서, 성격적 요인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적으로 개인 탓만 하는 것은 거시적인 문제까지 과중 책임하게 만드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송지효 태업 논란, 성격 때문만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은 없을까.


송지효의 별명 변천사    

예쁘지효, 매력있지효, 불량지효, 욕지효, 멍지효, 멍강공주, 털털하지효, 겁없지효, 송송커플, 월요커플, 에이스, 금손지효, 행운의 여신, 깡깡이의 대모, 멍광남매, 마포남매, 송토마, 담지효, 꾹멍커플, 후추커플, 젊지효...

<런닝맨>이 달려온 시간과 비례해 송지효 역시 많은 별명을 거쳐왔다.    

 

<런닝맨> 178회, <런닝맨> 184회 ⓒ SBS

   

방송 적응기인 극초반부를 지나 방송 초반부(2013~2016)에는 멤버들의 캐릭터가 잡히기 시작했다. 송지효는 겁 없는 모습을 보이며 다양한 게임에서 활약했고, 털털한 매력으로 여배우 이미지에 도전장을 내민다. 피곤하면 어디서든 숙면을 취하고,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촬영을 하며 '멍지효', '멍강공주'라는 별명을 얻는다.

오빠인 멤버들에게 예의를 차리지만, 남동생 멤버인 이광수와는 욕과 몸싸움을 서슴치 않는 과격한 모습으로 '불량지효', '욕지효'가 되기도 한다. 이름표 뜯기 뿐 아니라 클라이밍, 헬기타기 등 웬만한 역동적인 게임에서도 활약하고, 운이 걸린 게임을 할 때도 벌칙이 자주 면제되는 등의 행운을 보여주며 '에이스', '금손지효'라는 별명이 붙었다.

 

<런닝맨> 496회, <런닝맨> 646회 ⓒ SBS

 

방송 중반부(2017~2022)로 가자 송지효의 초반부 모습이 많이 사라진다. 2016년 하차 통보를 받은 후로 위축되기도 했고, 새로운 여성 멤버 전소민의 합류 및 활약에 더해 케미가 가장 돋보였던 이광수의 하차 등의 이슈로 송지효는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과거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 역동적인 활동이 자리를 잡으면서 <런닝맨>에서는 상식 퀴즈를 많이 진행했다. 송지효는 양세찬과 전소민에 더해 상식에 부진한 멤버들의 맏이, 일명 '깡깡이의 대모' 수식을 얻게 된다. 나이로 따졌을 때 OB에도, YB에도 끼기 애매한 축에 들면서 막내라인에 자신을 '젊은이'라고 묶으며 자칭 '젊지효'라는 별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외에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는 의미의 '담지효'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런닝맨> 15회, <런닝맨> 442회 ⓒ SBS

 

방송 극초반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부여받고 있는 별명과 캐릭터는 외모와 성별에 기인한다. 과거 송지효가 한창 어리고 갓 합류한 여배우일 때, 송지효는 1:9, 송지효의 마음을 얻어라 등 쟁취의 대상이 되는 구성이 많았다. 그러다가도 여성 게스트가 나오면 비교 당하는 이중적인 잣대에 놓였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지금도 여전히 다른 특성보다 '지효는 예쁘다'는 외적 칭찬이 많이 나온다.

홍일점인 만큼 송지효는 거의 모든 남성과 러브라인을 한 번씩 거쳤다. 수많은 'OO커플'을 담당했고 연애의 대상, 이성으로서 주목을 많이 받았다. 현재는 멤버들이 가족 같은, 식구 같은 사이가 되며 여동생 혹은 누나의 포지션이 확실해졌다. 하지만 단순한 호칭의 차원을 넘어 통제나 보호가 필요한 일원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스머페트 법칙과 '송머페트'

이러한 송지효의 행보는 '스머페트 법칙(The Smurfette Principle)'에도 투영해볼 수 있다.

 

<스머프 (The Smurfs)> 포스터 ⓒ Peyo productions

 

스머페트 법칙은 미국 문학가이자 여성학자인 카사 폴리트(Katha Pollitt)가 뉴욕 타임스(The New York Times)에 담아낸 이론으로, <개구쟁이 스머프(The Smurfs)>에서 착안되었다. 스머프 시리즈에서 남자 스머프들은 모두 이름이 있다. 똘똘이, 투덜이, 근육이, 주책이... 하지만 유일한 여자 스머프, 스머페트만 '스머프'를 여성화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악당 가가멜이 남자 스머프들의 세상을 교란하기 위해 만든 인형 설정이다.

세계 인구 절반이 여자인데도 미디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집단에서 여성은 1명 뿐이다. 남성 주인공이 집단의 성격, 이야기의 흐름과 가치관을 정의하지만 여성 주인공은 남성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카사 폴리트, 1991)
https://www.nytimes.com/1991/04/07/magazine/hers-the-smurfette-principle.html?smid=url-share

물론 이론이 1991년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고, 당시 스머프 제작사도 오명을 벗기 위해 스머페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내는 등 변화구를 시도했다. 하지만 여전히 스머페트 법칙은 미디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특히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구색 채우기' 클리셰로 소개되고 있다. 예시로 <어벤져스>의 '블랙 위도우'가 자주 언급된다.

송지효 역시 스머페트와 닮아 있다. 러브라인이 가능한 이성으로, 미인으로, 혹은 더 예쁜 여성과 만나기 위해 피하고 싶은 가족으로, 만만한 여동생이자 친근한 누나로 남성 출연진과의 관계가 필요한 주변부 역할을 유독 많이 부여받아 왔다.

또한, 홍일점이라는 이미 더 높은 혹은 더 낮은 기대감이 있는 기울어진 판에서 같은 역할을 했더라도 성패는 제한적일 수 있다. 즉, 주변부에서 중심부로의 이동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개그맨 출신이 대다수인 남성 출연진끼리는 과도한 장난이나 유머적 장치를 편하고 재밌게 구사할 수 있으나 여성 연예인, 특히 송지효는 여배우인 만큼 더 높은 외모적·도덕적 기대에 놓여 있으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표면에서 이면으로

"이제 재미없으니 하차해라"

기존 언론과 여론에서는 송지효 태업 논란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논의하고 있다. 제 몫을 못할 거면 나가라 식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건 너무 얕은 논의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구조적·젠더적 맥락을 개인만의 탓으로 치부한 채 스쳐 지나간다면 은밀하게 녹아있는 거시적 문제를 더욱 은폐하고 고착화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물론 대중이 송지효의 활약상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런닝맨>이라는 일종의 대중문화 상품에 속한 인물로서 송지효에게도 열정적인 캐릭터 연구가 요구된다. 이미 초반에 보여준 것이 많아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며 시청자가 예능에서 흥미를 찾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어느 정도 부응하는 자세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출연자 뿐 아니라 시청자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개인을 지적하는 일차원적인 태도에서 나아가 논란이 만들어진 배경을 한 번쯤은 파고드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송지효 태업설. 마냥 송지효를 비난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숲을 보며 더 나은 구조로 발전하도록 기여하는 생산적인 논의를 나눌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런닝맨 애청자로서 이 글이 제작진과 출연진, 시청자에게 여론의 확장성에 관한 화두가 되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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