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일(현지시간) 미국 에이즈의료재단(AHF) 소속 활동가들이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에 있는 길리어드 사이언스 사무실 앞에서 '탐욕을 멈추라'는 팻말을 들고 세계 에이즈의 날 시위를 하고 있다. 에이즈 및 C형 간염 치료제에 대한 길리어드의 약가 및 정책에 대한 탐욕을 겨냥해 전국에서 같은 날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일련의 시위 중 하나였다.
연합뉴스
그런데 길리어드는 TAF 개발에 대해 의심을 받았다. 신장과 뼈 관련 부작용을 개선한 TAF가 출시된 2015년이 기존 치료제인 TDF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는 2017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질 개발과 약효 효율 개량에 똑같이 독점을 보장하는 특허제도의 맹점을 다국적 제약회사가 편법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에버그리닝' 전략이라 부른다.
TDF를 이용한 HIV 치료제 트루바다와 TAF를 이용한 데스코비처럼 활성 성분이 같더라도 결정형을 바꿔 전혀 다른 물질인 것처럼 새롭게 특허를 받아 독점을 연장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결국 길리어드는 의도적으로 개량형인 TAF 출시를 TDF 특허가 만료되는 시점에 맞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의심은 시간이 지나 사실로 드러났다. 길리어드가 연구 중이었던 TAF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내부 문건이 확인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길리어드는 2002년에 새로 발견한 약이 기존 약에 비해 환자에게 더 안전한 약물이 될 것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고, 개발 일정도 2006년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3년 내부 회의에서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했고 독점을 최대한 연장하기 위해 2015년에 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2017년에 TDF 특허가 만료되면 다른 회사들이 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해 길리어드의 매출이 크게 감소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존 약을 개량한 TAF 개발을 지연시켜 2017년 이후에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자는 결정을 한 것이다.
길리어드는 이 과정에서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피해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결정을 통해 지금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관련 약물의 독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TAF 기반 HIV 치료제는 연간 약 15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