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29 11:58최종 업데이트 24.05.2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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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 브롱크스 자치구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외교협회(CFR) 산하 '방지행동센터'가 지난 1월 4일 발표한 '2024년 안보위협 우선순위 조사' 보고서는 북한 핵무기와 함께 올해 미국 대선을 1등급 위협으로 분류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세계 정세에서 동맹과 적이 구별되지 않는 대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이 집계한(1~5월) 결과, 경합지로 분류되는 6개 주 중 5곳에서 트럼프 후보가 앞섰다고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지난 2월 6일 자 <가디언>을 보니, 트럼프는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해 온 모든 것을 무효로 하고, 과학을 배제하고, 기존 법과 규칙을 뒤엎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매체는 이어 5월 16일 자에서는 트럼프가 최근 그의 가문이 운영하는 마라라고 리조트에 셰브론, 엑슨모빌 등 석유가스 대기업 대표들을 초청했다고 전했다. 여기서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석유가스 시추 규제를 전면 철폐하고, 자동차 탄소배출 규제법을 개정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기후변화를 중국의 사기라고 믿는 트럼프는 이렇게 가스, 내연기관 자동차 등 미국 고탄소 제조업의 부활을 구상하고 있다. 고탄소 세계를 추구해 온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트럼프 당선시 한국이 처할 위기

첫째, 한미동맹을 믿고 미국으로 이전했던 한국 자본이 즉시 위기에 처한다. 트럼프는 기후변화 대응을 내세운 바이든을 무너뜨리려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1월 취임 이후 역점을 둔 기획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청정 제조업이었다. 여기에 적극 호응을 한 나라가 한국이다. 2023년 11월 16일 백악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한국이 미국에 직접 투자한 자본 규모는 대략 555억 달러(약 75조 원)다. 바이든 집권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미국에 약 2천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한국이 그중 28%를 차지해서 1등이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제기된 2023년에도 한국은 미국에 277억 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20일 발표한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43.7%가 미국에 집중되었다고 한다.

주요 투자 분야도 트럼프가 벼르고 있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광 등 청정산업이다. 다만 한국이 투자한 반도체에 대해서는 트럼프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 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면서 한국에는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은 미국에 이전한 한국 기업에 1등급 위협이 되고 있다.

둘째, 한국의 수출이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한국은 2023년 미국과의 무역 역사 21년 만에 처음으로 445억 달러 무역흑자를 보았다. 반면에 대중국 무역은 1992년 수교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180억 달러 적자였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수출이 전년에 견줘 44.2% 급증했는데, 전기자동차 판매 실적이 높아진 것과 미국 현지의 한국 배터리 업계가 본격 가동되면서 소재 수출이 늘어난 것이 주된 이유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난 것은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상승해 한국에 대한 의존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미국에서도 무역 적자 날 수 있어... 대책 마련 시급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2023년 4월 6일 미국 조지아주 달튼의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공장에서 한화큐셀이 만든 태양광패널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수출 흑자를 주도한 배터리 소재와 전기차 수출이 급락한다는 사실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40%의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무역적자가 발생하면 위기가 따른다. 국내총생산(GDP)의 하락도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 GDP에서 수출 기여분은 37%이고, 수출액의 90% 이상이 제조업이다. 2021년 세계 경제 규모 10위였던 한국이 2023년에 이미 14위로 하락했는데, 트럼프 당선에 대한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 더 추락할 것이 명백하다.

우리나라는 청정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청정산업이 미국으로 대규모 이동을 한 후에 왜 이런 위협을 받아야 할까? 청정산업이 한국의 탈탄소 산업에 투자해 온실가스 감축을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세계적인 태양광 모듈 업체 한화큐셀이 작년 12월 한국 음성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미국에 생산공장을 짓는 이유를 살펴보면 국내 태양광 산업 위축에 따른 수요부진이었다. 우리 정부에 청정산업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한미동맹은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동맹만 바라보다 한국 경제가 거덜 나게 생겼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1등급 위협으로 떠오른 트럼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군사안보만 생각할 때가 아니다. 기후위기, 청정산업, 수출, 일자리, 시민참여를 고려한 정책과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오기출 / 푸른아시아 상임이사(소셜 코리아 자문위원) ⓒ 오기출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 겸 <소셜 코리아> 자문위원은 경제학을 전공한 기후운동가입니다.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ICE)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고 유엔사막화방지협약 CSO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관심영역은 무역에 온실가스가 포함되면서 구성되는 세계질서 변화, 기후위기와 인권·식량·전쟁의 상호 관계, 기후위기로 붕괴된 공동체의 자립과 생태복원입니다. 주요 저서로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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