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11월 6일 자 <마이니치신문> 기사 '소녀상 철거 요구, 나고야 가와무라 시장이 독일 베를린 구청장에게 서신 보내'
마이니치신문
일본이 베를린 소녀상의 파급력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까지 이 문제에 개입한 데도 느낄 수 있다. 2020년 11월 6일 자 <마이니치신문> '소녀상 철거 요구, 나고야 가와무라 시장이 독일 베를린 구청장에게 서신 보내'에 따르면, 가와무라 시장은 미테구청장에게 "매우 유감스럽다"며 "한국의 정치적 주장에 독일이 휘말려들어 일·독 우호협력관계가 파괴돼서는 안 된다"라고 경고했다.
나고야 시장이 이처럼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며 끼어든 명분은 그 자신도 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고야에서 열린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전시된 소녀상과 베를린에 세워진 소녀상이 똑같이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근거로 나고야 시장도 미테구 '내정'에 간섭했던 것이다.
나고야 시장의 개입만큼이나 이례적인 일이 2022년 4월 28일에 있었다. 이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소녀상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정상 간의 회담에서 베를린시 구청 문제를 거론하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해 5월 10일 자 <산케이뉴스>는 '기시다 수상, 독 수상에게 베를린 위안부상 철거를 요청'이라는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기시다가 남의 나라 구청 문제에 유감을 표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철거까지 요청하는 구체적 개입을 시도했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가리지 않고 독일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국의 악행을 숨기기 위한 나쁜 일이기는 하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지성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베를린 시장도 감응을 했으리라 볼 수 있다.
사과·반성할 마음이 없다면 차라리 잠자코 있어야 하는데도 일본은 독일을 향해 치성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에 따르면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에 한일 정부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19일에 밝혔다.
언뜻 들으면 민간 활동에 개입하는 일본 정부를 나무라는 발언이 될 수도 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일본 정부를 나무랄 리 없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자국민에 대한 외국의 만행을 적극 규탄해도 모자랄 한국 정부가 이렇게 지성을 다하지 않으니, 하늘이 '감천'하고 싶을지 않을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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