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5.16 16:55최종 업데이트 24.05.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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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산사태 현황 도면(2024년 5월 10일 기준)녹색연합

"토함산에 올랐어라 / 해를 안고 앉았어라... 한 발 두 발 걸어서 올라라 / 맨 발로 땀 흘려 올라라...' - 송창식의 '토함산'

토함산에 올라 본 사람들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야기가 요 며칠 지면과 방송을 오르내렸다. 경주 토함산 일대의 산사태 현장 소식이었다. 산사태로 할퀸 자국들은 24개 지점이나 되었는데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를 전후해 집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녹색연합은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 산사태 위험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고 토함산 일대 산사태 현황과 시급한 대책을 강조했다. 


토함산 지구는 경주국립공원에 자리한다. 동해안 지역에서 해발 700미터를 넘겨 해를 안아 볼 수 있게 하지만, 태풍의 주요한 길목이기도 하다. 근래 들어선 포항과 경주 등에 크고 작은 지진도 잇따르고 있어 산사태 위험에 더욱 주의를 요하는 곳이기도 하다.

산사태는 토함산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주로 해발 400~700미터 사이에서 토양 붕락, 침식, 낙석, 수목 전도 등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가장 큰 산사태는 발생 지점 주변 약 6612제곱미터(2000평) 규모로 토석이 쓸려나갔다. 이는 채석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산림훼손의 규모에 못지않다.

2022년 9월 태풍 때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까지도 토양 붕락과 침식이 진행 중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변 식생의 토양층이 밑으로 빠지며 산사태 발생지 둘레의 식생과 토양층의 흙과 암석이 무너지고 있다. 무너진 토석 사이엔 쓰러져서 고사한 대형 수목들이 널브러진 채이다.

현재도 진행형인데, 문제는 산사태 현장에서 계곡을 따라 1200미터 아래인 경주시 문무대왕면 범곡리에 마을이 있다는 점이다. 주택과 농경지 피해가 우려된다.
 
토함산에서 발생한 대형 산사태 발생 지점. 추령 등산로 인근이다.녹색연합

세계유산의 산사태 위험

석굴암 위쪽으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현재진행형의 모습을 띠고 있는데, 석굴암 위쪽의 계곡과 경사면에 구곡침식과 토양침식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계곡부에 불안정하게 서 있는 크고 작은 암석도 다수인데, 계곡의 유로가 일직선으로 석굴암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계곡부의 산사태 방지 대책도 시급해 보인다.

폭우에 의해 발생하는 산사태는 세계유산이나 국보 등 문화재라고 비껴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나 산림청, 문화재청의 위험 대응이 시급할 뿐이다. 석굴암 입구 주차장에도 산사태 현장 2개소가 확인되지만 2년이 다 되어 가도록 방치되어 있다. 
 
석굴암 150미터 위쪽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녹색연합
 
토함산 주차장 카페 동쪽 방향 산사태 발생 지점녹색연합

토함산 정상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인 불국사 방향으로도 10개소 이상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불국사 경내에 직접적 영향이 없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경내 옆 계곡으로 쏟아진 산사태 피해를 볼 때 큰비가 온다면 불국사 경내로 이어지는 계곡으로 토사가 밀려들 위험이 있다.

이미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주시 진현동 산 7번지 일대에는 토양침식과 구곡침식이 진행 중이다. 토함산 지구는 주 능선을 중심으로 특히 경사가 심해 곳곳에서 토양침식과 구곡침식이 활발하다. 침식의 시작점이나 본격화된 곳에 급경사지가 많다.

토함산은 40~60년 된 산림이 형성된 곳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뻗은 주 능선 주변에는 잣나무와 소나무 조림지가 곳곳에 있는데 급경사지의 침엽수 조림지는 산사태에 취약하다. 뿌리가 얕게 뻗는 천근성 수종인 잣나무와 소나무는 뿌리가 토양층에 수직으로 깊게 내리지 않고 수평에 가깝게 옆으로 뻗어나간다. 강풍이나 폭우 등으로 뿌리부가 들뜨거나 쓰러지기 쉽다.

토함산의 산사태 현장은 탐방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등산객의 눈에 거의 관찰되지 않아 그 심각성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산사태 발생 건수 및 징후가 농후하므로 추가적인 산사태 위험 방지를 위한 진단과 대책이 절실하다. 

긴급한 그러나 정밀한 대책 필요

산사태 위험이 커지고 있어 종합적인 산사태 대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추가적인 산사태로 생명과 삶의 터전, 석굴암과 불국사를 비롯한 문화유산들이 위협되지 않도록 긴박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밀 안전 대진단이 우선이다. 석굴암으로 모이는 유로를 비롯한 토함산 주요 계류에 대해 산사태 위험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안전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안전 문제인 만큼 보수적 기준에 따라 엄격한 잣대로 산사태 위험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토함산 주차장에서부터 석굴암, 정상까지 집중호우 및 누적 강우 시 사찰 거주자와 탐방객에 대한 신속한 대피 계획도 필요하다. 

아울러 토함산의 불국사와 석굴암 등에 산사태 취약 지구 지정이 필요하다. 경주 문무대왕면 범곡리, 하동, 마동, 진현동, 외동읍 신계리 등도 산사태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해 지구 지정 검토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이미 산사태가 발생한 곳은 복원과 복구가 신속히 추진되어야 한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도 사태 현장을 방치하고 복구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산사태 발생지역에서 유로로 연결된 2km 이내 지역은 산사태 위험이 원천적으로 제거될 수 있도록 복구 및 복원이 필요하다.

장마철과 집중 호우시에는 일별 누적 강우량이 산사태 발생과 큰 관계가 있다. 특히 토함산처럼 경사가 큰 곳은 하루 100~200mm 집중폭우뿐만 아니라 20mm가량의 비가 2~3일 연속 내리는 것도 위험할 수 있다.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통해 실시간 강우량을 측정하고 인명피해 예방 등 재난 대비 체계를 갖추어야 하지만, 토함산 주변은 이런 대비 체계조차 미흡한 실정이라고 한다. 산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토함산 정상부 500~700미터에 내리는 강우량을 실시간 관측할 시스템이 없는 것도 재난 대비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토함산 북서쪽 경주 하동 방향쪽에서 일어난 산사태녹색연합
 
기후위기에 더욱 빈번해진 산사태 

기후위기의 양상은 여러 가지이고 산사태 역시 현재형 재난이다. 국립공원이라고 비껴가지 않고, 문화유산이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주민 생활공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2023년 7월 경북 영주의 소백산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주민 세 명이 사망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는 2000년 전후부터 40개소가량의 산사태가 발생했고, 설악산 국립공원도 2006년 이후 250개의 산사태가 발생했다.

최근 경주 국립공원 산사태 관련 기사가 나자 정부는 서둘러 관계부처합동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부처 협업으로 경주 국립공원 산사태 피해지를 신속하게 복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산림청, 환경부, 문화재청, 국립공원공단, 경주시가 협의회를 개최하였고 합동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란다.

땜질 처방하듯 간단히 조사하고 안일하게 대응할 일이 아니다. 국유림은 산림청이, 사유지는 지자체가, 국립공원은 국립공원공단이 각각 배타적으로 관리를 할 것이 아니라 총리실, 행정안전부, 환경부가 중심이 되고 문화재청, 산림청이 함께 모여 정밀한 위험 조사와 안전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기후재난 대비는 간단히 무마할 수 있는 일도, 미룰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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