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탄소중립은 상명하달식의 정책으로는 실현 불가능하다. 국민 모두가 생활의 불편함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논의 과정에서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등장하고, 그 목소리가 반영된 정책이 생산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흔들림 없이 2050 탄소중립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4.10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반영하여 '나만 옳다'는 제왕적 리더십을 버리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회복해야 한다. 기후분야에서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의 '거버넌스 구조 복원'과 '숙의 공론장 형성'이 그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방치, 묵과할 수 없는 대표적 에너지 정책 실패 사례
세계 여러 나라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각국의 실정에 맞게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펼쳐나가고 있으나, 공통된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제로화하고 필요한 에너지 사용은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마지막으로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가는 거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탄소중립 실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는 사실에 그 어느 국가도 이견을 달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상수로 두면서, 재생에너지의 불확실성과 변동성(간헐성)으로 인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과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오는 것이 기후위기 해법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이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달 전문가는 없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세계적 추세와 달리 한국적 특수 상황에서 에너지원의 하나로 거론되는 원자력발전만 고집하며 CF100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제적 합의를 내오기는 힘든 실정이다. 원자력발전이 이미 해외에서는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고, 원전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나라도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CF100을 외치며 재생에너지 정책을 포기하다시피 하는 동안 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영리단체와 기업들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 참여 기업들(BMW, 애플, 구글 등)이 협력사들에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재생에너지 조달 및 탄소 배출량 관리가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글로벌기업도 한국에서 생산을 줄이고 해외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형태로 나갈 수밖에 없는 조건에 처할 위험이 커졌다. 국내 글로벌기업은 살아남아도 국내 일자리는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전세계 70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온실가스배출량과 탄소경영전략을 공개하고 있는 CDP(탄소공개프로젝트)에 나와 있는 국내 글로벌기업의 RE100 달성 관련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확연한 지표 차이가 이를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