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천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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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mukhyangr)등록 2024.05.13 08:06


롯데월드 연간 회원권을 갱신하지 않았다. 씩씩한척 했지만 사실은 힘들었나보다. 보통 운동을 마치고 바로 아이를 하원시켜서 갔으니 매일이 짜내는 걸음이었다.

놀이터로 회귀하는 건 진부한 일 같아서 물 흐르듯 집 가까운 공원으로 향했다. 미끄럼틀도 그네도 없는 여백 가득한 곳이지만 개미와 비둘기, 강아지들, 나무와 시원한 바람이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란 마음이었다.

공원에 착륙한 나를 반겨준 건 그것들이 아니었다. 나음이다, 라고 달려오는 어린이집 같은 반 친구 설하였다. 친구라는 단어의 뜻이나 알까 하는 조그마한 요정들인데, 이보다 더 친구 같을 수는 없어 보였다.

첫 날에는 천천히 공원을 걸어다니더니, 다음 날에는 같이 뛰어다니고, 다음날에는 우리 내일은 손 잡고 다니자 라고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잡았다.

하늘색 하늘, 시시하게 부는 바람, 여유만만하게 행군하는 개미들, 결코 위협적일수 없는 비둘기들, 적절한 타이밍에 스쳐지나가는 강아지들. 카페 음악처럼 빠질새라 여기저기를 수놓고 있는 비눗방울들. 그 속에서 손을 잡고 뛰어노는 아이와 친구의 모습을 보니 마치 좋은 음악 속에 있는 듯 아름다웠다.

롯데월드보다 이곳이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좋음을 인정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사람 멍을 때리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멍 중에 멍은 자연멍이었다. 놀이기구가 아무리 좋아봤자 친구만 할리 만무했다.

가장 좋은건 내가 졸졸 따라다니며 놀아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적적히 시야 안에만 두면 알아서 한시간을 노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3세 육아는 장비빨이 아닌 친구빨이구나 싶었다.

화. 수. 목을 내내 같이 놀다 금요일에는 설하가 오지 않았는데, 아이는 하 어디있어 하 어디갔어 하 하 하 하며 찾았다. 이번주에 다시 만났을때 얼마나 반가운지 서로 끌어안고 난리도 아니었다.

천국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 여기있다 저기있다 하는게 아니라, 친구가 천국이구나. 아빠는 너희가 부럽다. 그리고 그립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친구 ⓒ 김정주(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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