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에 대하여

잃어버린것에 대하여

검토 완료

임경화(kyunghwa65)등록 2024.05.04 10:22
 

한 50년전 신림동일대의 우리동네 항공사진 ⓒ 임경화

   

친구들과 나눈 카톡대화들 ⓒ 임경화

 띵동~ 바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잠시 쉬는 참에 카톡알림이 울렸다. 50년지기 옛동네친구들이 모여있는 방에 정체 모를 사진 한장이 배달되어 있었다. 마치 미술작품처럼 흑백의 묘미가 두루러진 사진한장. 이게 뭘까 하고 바라보는데 친구하나가 소리쳤다. "어머! 이 사진 옛날 우리 동네 사진이네!" 그랬다. 문득 옛날생각이 난 친구가 어찌어찌해서 50년도 더 된 그시절 우리동네 항공 사진을 찾아낸 것이었다.      내 삶에 여러 부류의 단체모임이 있는데, 그중 어릴적 함께 유년을 보낸 소꼽친구 모임이 일년에 한두번 간헐적 만남을 갇는다. 이제는 두자녀 잘 키워서 결혼시키시 시작하는 50대 후반의 여인들이 되었지만, 어쩌다 만나면 누구랄것도 없이 10대 소녀들처럼 한껏 상기된 얼굴로 그시절 우리들 추억들을 얘기하곤 한다.몇시간을 얘기해도 끝도없이 그시절 이야기가 지칠줄 모르고 새어나온다. 남자들 군대 애기는 저리가라할 정도로 어찌나 흥미진진한지!      골목과 골목이 이어지는 모든 길은 우리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곳에서 술래잡기, 고무줄 놀이, 다방구등 아이들의 삶이 그곳에서 창조되었었다. 동네입구에는 관악산으로부터 내려오는 하천을 건너는 다리가 있는데 특히 다리에 얽힌 추억이 많았다. 초저녁 다리에 걸터앉아 노래도 부르고놀다가 버스에서 내리는 아빠가 보이면 달려가곤했다. 그시절 버스노선을 모조리 기억하는 친구도 있다. 내 기억엔 다리밑 개울에서는 더운여름 저녁엔 물놀이겸 목욕을 하기도 하고 몇몇어른들이 빨래도 했던것 같다.      한번은 친구들과 날을 잡아 우리의 어린시절 꿈이 자라던 그동네를 찾아가 보기로했다. 예상은 했지만 기억속의 우리들 세상은 온데간데 없고 뾰족한 아파트들만 그자리를 메우고 있어서 어찌나 아쉽던지.. 그래도 우리가 다녔던 (신림국민학교) 초등학교가 아직 남아있어서 작디 작아진(?) 운동장을 돌아보았다. 여기에서 수천명이 아침조회를 한다고 서있었을까? 운동회가 열리면 운동장은 온동네 사람이 다 들어온듯했는데 .. 1학년때는 한반에 70명이 넘고 18반까지 있었으니 한번에 수업을 할 수없어 그때는 오전오후로 나눠 수업을 받았었다. 지금은 상상도 할수없는 얘기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 시골이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도 초등학교 입학생이 없어 몇몇 학교가 폐교위기라는 소식을 들었을때 옛날 생각을 하며 씁씁했었다. 인생을 살다보니 본의아니게 잃어버리는게 많아진다. 느닷없이 맞닥드린 사진한장속에 다른이들에게는 안보이는것, 그러나 내게는 소중했던 유년의 추억의 증거들이 많이도 잃어버렸다.      얼마전 주말저녁 TV음악프로그램에 가수 최백호의노래가 들렸다. 아마도 그가 우리 나이즈음이 아니가싶다. 히끗히끗한 머리에 다소 마른듯한 몸으로 담담하게 서서 부르는 노래가사에 마음이 짠해졌다.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춤추며 노래하는 요즘 젊은 가수들과는 달리 노래가사가 선명하게 내 귀에 들렸다.   '이제야 새삼 이 나이에  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곳이 비어있는 내 가슴에  다시못올것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   그렇다.  나이들면서 잃게되는 많은 것들과 맞바꾼것은  바로 이 나이에만 추억할수 있는 찐한 *낭만인것이다. 낭만의 무게가 가볍지 않으니 많이 잃어버리게 되더라도 그리 서운치않게 오늘을 웃으며 살아가게 되는것이 아닐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