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펜 봄 문학기행

*선비정신 빛나는 함양으로 하룻길

검토 완료

전재복(cjb007mc)등록 2024.04.28 17:24
요란한 봄꽃들의 축제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사월의 마지막 토요일,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초록이 시공간을 가득 채운다.

전북펜(회장 장교철)회원들의 문학나들이가 경남 함양으로 길을 잡은 토요일, 날씨는 쾌청하고 9시에 출발한다는 시간약속은 칼같이 지켜졌다.
선착순 참가신청을 받고 인원에 제한을 둔 까닭에, 더 많은 사람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는 회장님의 얘기를 들으며 재빨리 신청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산에서는 세 사람이 참가했다.

오늘은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에 있는 광풍루, 연암 박지원사적비, 허삼둘가옥과 개평마을의 일두고택, 남계서원, 청계서원을 둘러보고 학사루, 상림척화비, 함화루, 화수정, 고운 신도비, 역사인물공원 등 선비정신을 기웃거려보는 일정이었다.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장교철회장의 쪽집게 해설과 함께하는 문학기행은 언제나 믿음을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을 다 받아담지 못하는 알량한 내 그릇이 늘 아쉬울 뿐.

오늘 둘러본 여러 곳 중 특히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남계서원>은 일찍이 사림의 본바닥으로 자리잡은 영남지방의 많은 서원 가운데서도 '우 함양'의 기틀을 이룬 '일두 정여창'을 모신 서원이어서 오랜 세월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퇴계 이황은 남계서원에 모셔진 정여창을 기리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우뚝한 함양은 정공의 고향이라/ 백세토록 풍화 전해 길이 덕행을 사모하네/사당지어 존승함은 참으로 좋은 일이니/문왕 따라 일어날 호걸들이 어찌 없겠나.]

열하일기, 허생전, 양반전,민옹전, 열녀함양박씨전 등 40여 권의 많은 저술을 남긴 연암 박지원의 사적비가 안의초등학교 안에 있다.
조선 후기 북학파의 대표적 사상가였던 연암선생은 열하일기를 통해 조선의 현실을 개혁하고자 했다. 해학적인 이야기를 통해 부패한 관료들을 비판하고 모순된 사회를 고발하는 글을 썼으니, 펜이 총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앞서 실행한 선구자였던 것 같다.
그 시대에는 비록 크게 부각되지 못했을 망정 그의 선구자적 사명감 붓의 힘, 문사로서의 책임감은, 오늘의 문인들도 눈여겨볼 시대정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여러 고택을 밟아보며 옛 사람들 삶의 흔적을 둘러보다가 특히 관심이 쏠렸던 곳은 허삼둘 가옥이었다.
1918년이면 남존여비, 가부장적 시대에 살았던 사람인데, 부를 상징하듯 너른 터에 호화로운 상류계층 주택을 모방하여 솟을대문을 세우고, 사랑채 안채를 구분하여 외향의 호사를 다 누린 가옥이, 남편이름이 아닌 아내 '허삼둘가옥'이라고 불려 내려온 점이 특이했다.
1894년 갑오개혁 이후 양반과 상민의 구별이 없어지고  사회전반에 불어닥친 개혁의 바람 때문이었으리라.
건물의 배치는 경제적 실권을 쥐고 있는 갑부집안 딸 안주인 허씨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 사랑채가 독립되어 있지만 안채를 중심으로 건물이 배열되어 있고, 겉모습은 상류층 양반가의 모습을 흉내냈지만 평면적인 형태는 지역서민의 주거방식에 뿌리를 두었다.

이와 비교되는 고택이 '일두 정여창'의 고택이었다. 이 고택은 정여창의 사후 100여년이 지나서 후손들이 지었다고 한다.
사랑채에는 '백세청풍'  '충효절의'라는 큰 글씨의 현판이 걸려있고 마당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당당하다.
남도지방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으로 솟을대문에 충ㆍ효ㆍ정려 편액 5점이 걸려있다.

점심식사 후 숲이 우거진 상림을 산책하며 척화비 함화루 화수정 고운신도비 역사인물 공원 등 두루 돌아보았다. 이곳에도 고운 최치원선생을 기리며 세운 정자와 신도비가 함양군민의 쉼터인 상림안에 자리하고 있다.
우리 지역 군산에도 고운(외로운 구름)최치원선생의 어릴 적 이야기를 비롯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적극적인 발굴과 스토리테링으로 표면화시켜야하지 않을까 하는 책무감같은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햇볕이 따갑고 약간 무더운 느낌이 들었지만, 해박한 회장님의 해설과 함께한 서른 아홉명 문우님들과의 문학기행은 각자 자기몫의 귀한 씨앗이거나  묘목으로 또는 열매로, 제나름의 알찬 수확물을 챙겼으리라.
애써주신 국제펜 전북지회 집행부에 깊이 감사드린다.

군산팀 세 사람은 시내로 들어오기 전 옥산방향 샛길로 빠져서 고소하고 시원한 콩국수로 마무리를 했다. 오늘 하루 전주 군산 간 차를 운행해주시고, 좋은 시간 함께 해주신 두 분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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