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성공하면 복수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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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mukhyangr)등록 2024.04.10 18:22
여전히 이어지는 연예인들의 학폭 이슈들을 보면 복수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완전히 바뀌었구나 생각이 든다. 이전에는 '성공해서 복수해야지'였다면, 이제는 '성공하면 복수해야지'가 되었다. 흥미로운 지점이다.
 
전자의 방식을 통해서 복수를 실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분명 적을 것이다. 그런 장면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법한 일이다.
 
일종의 '힘'을 가진 위치에 도달해서 찍어 눌러 버리는 사이다 같은 복수에 도달한다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의 사건으로 인해서 그런 위치에 도달하지 않아도, 본인이 있는 자리에서 치고 올라가서 판을 뒤집어 버리는 복수의 패러다임이 열렸다고나 할까. 힘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어쩌면 전자보다 훨씬 더 짜릿한 그런 복수.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올바른 사회 정화 작용 같기도 해서 반갑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게 무고한 사람들을 베어버릴 수 있는 칼이기에 분명 역기능 적인 부분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고, 이번 사건의 범주로만 축약해서 생각해서, 그렇다면 학폭 가해자들은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자들 이어서 매장만이 그들이 걸어가야 할 숙명인가 라는 생각도 들고.
 
우리 사회는 잘못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일에는 탁월하지만, 딱 거기까지 일뿐이고, 그 이상을 할 수는 없을까. 가해자들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닌 정직한 심판을 받되, 그 후에 적절한 용서와 화해, 회복이라는 길까지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라고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물론 가해자가 진심으로 뉘우쳤다는 전제 안에서 이런 것이 논의되어야 한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무척 희박하다는 것, 아니 거의 없다는 것 역시 팩트다)
 
분명한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연기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 SNS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성공하면 얼마든지 이미지 세탁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거의 불가능 해졌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는 유통기한 지나버린 개그가 새삼 생각난다.
 
부디 이런 사건들이 음지에서 행해지던 폭력을 주도하던, 주도했던, 여전히 주도하는 가해자들의 심장을 꿰뚫는 비수가 되길. 인격과 상관없이 성공만 하면 다라고 생각하고 달려가는 수많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들에게 과속방지턱이 되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행한 것이 부메랑처럼 다 돌아오고야 만다는 인식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좀 더 진실되게 살아야겠다는 작은 다짐의 불씨를 태우게 되는 씨앗이 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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