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둘째날인 6일 서울 중구 명동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원인이 총요소생산성의 급락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급락의 가장 중요한 배경이 수출 대기업들의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는 연구도 있다.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에 올인해도 부족할 판에 재벌 일가의 경영권 세습, 사익편취 등에 관심과 에너지를 집중하고 사내 인적·물적 자원까지 낭비하니 놀라운 일도 아니다.
사람의 힘, 인적 자본 하나로 버티던 대한민국 경제가 이제는 사람도 키워내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선진국 수준의 발전단계에 걸맞은 인재 양성은 피와 땀, 개인의 노력과 인내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사회적 역량, 제도적 환경, 공정한 시장의 선별 역량 같은 새로운 여건들을 갖춰야 한다. 그동안 사람의 힘만 믿었지, 제도의 힘과 시장의 근육을 키울 생각을 못 했었나? 그런 생각에 붉은 선이 그어진 것은 아닌가?
시민들의 이성이 마비될 때 민주주의라는 울타리 속에서 정치괴물이 만들어진다. 싸움 잘하는 나라의 패도가 전 세계를 군림했던 침략주의의 현대사에서, 문명국을 자부했던 나라의 민주주의가 반문명적 침략의 수괴를 만들고 문명국이 강도가 되어 전 지구를 누비며 약탈을 자행했다. 때로는 그 야만성이 극에 달해 집단학살, 인종청소 같은 극악한 범죄로 이어졌다.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스라는 괴물이 탄생했다. 1938년 나치스 독일의 오스트리아 침공에 분노한 철학자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이란 책을 쓴다. 시민의 이성이 깨어있는 열린 사회, 그리고 성숙한 민주주의는 아직도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다.
대한민국은 나이로 보면 민주주의 중학생이다. 침략국의 파시즘이 물러나자, 북은 김일성-김정일 독재, 남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가 이어졌다. 깨어있는 시민의 이성보다 눈먼 시민의 감성이 살아 숨 쉬던 기나긴 전체주의의 닫힌 사회를 경험했다. 민주주의는 허울뿐이고, 권위주의와 우상이 시민의 정신을 지배했다. 무시할 수 없는 다수의 눈먼 감성이 전체주의와 독재자를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마침내 참을 수 없게 분노한 시민들이 이성의 눈을 뜨고 독재자를 끌어내렸다. 그리고 3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닫힌 사회의 정치 유산과 폐습이 이어져 시민의 이성과 민주주의를 마비시키는 것 같다.
시민의 이성이 마비된 시장경제에서는 경제괴물들이 만들어진다. 스스로의 삶을 개선하려는 시민의 자유가 억눌리고, 탐욕의 주머니에 자원이 쌓일 때 혁신은 사라지고 경제는 퇴보한다. 국부와 국가의 번영을 가져오는 시장경제는 애덤 스미스가 강조한 '자연적 자유의 시스템' 속에서 작동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이성이 경제적 자유를 누릴 때 그 시스템이 작동하고 시장경제는 혁신과 발전을 구현한다.
시민들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정치와 경제의 괴물들을 제거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겠는가? 이런 개혁이 지극에 이를 때 정치와 경제가 한 몸으로 발전한다. 정치에서도, 경제에서도 이런 소명감에 불타는 성(誠)한 사람은 살려야 하고, 소리에 불과한 말을 나불대며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불성한 사람은 걸러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이성이 작동할 때 정치와 경제는 한 몸처럼 발전하고 그것이 가로막힐 때 퇴보한다. 그래서 <중용>은 "정치는 도덕에 가장 민감하다"고 했다. 도덕을 실천하는 성한 사람을 구하면, 그 나라는 "갈대가 자라듯 순식간에 번성"하고 그렇지 못하면 빠르게 쇠락한다는 것이다.
사익 탐하는 욕망, 엘리트 마음에 꿈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