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째 나홀로 재활이 고난의 순례인 이유

[완전한 재활을 본향(本鄕)으로 한 재활 순례기(巡禮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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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식(ssnoeha)등록 2024.04.01 10:05
 
자손이 별과 같이 번성하고 모든 민족을 통해 축복받을 거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은 아브라함은 가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험난한 순례를 시작했다. 이삭을 희생 번제로 드리라는 명령에도 순종한 아브라함의 믿음도 처음에는 완전치 않았다. 시련과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로 신앙을 키우고 성장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망라하는 '믿음의 조상'으로 존경받고 있다.
 

경추 수술 후 할로배스트를 하고 재활하는 모습으로 움직이는 의자에 앉은 치료사의 인도로 움직이는 의자에 앉은 치료사이 인도로 걷는 모습으로 편마비인로 감각이 없어 필자는 치료사의 요구를 따라 할수가 없어서 수 개월에 걸친 재활이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 서치식

 
 
나 홀로 재활 18년, 내 인생의 1/3을 온전히 바쳤다. 장애인의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어떡하든 벗어나고 싶었다. 절실하게 하프 마라톤 완주를 하나님 앞에 기도로 서원(誓願)했다. 장애를 얻기 전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80여 일 만에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에서 불러일으키신 하나님을 재활의 주치의 삼아 완전한 재활을 본향으로 재활 순례에 나섰다.

자손이 별과 같이 번성하고 모든 민족을 통해 축복받을 거라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은 아브라함은 가족을 이끌고 가나안 땅으로 험난한 순례를 시작했다. 이삭을 희생 번제로 드리라는 명령에도 순종한 아브라함의 믿음도 처음에는 완전치 않았다. 시련과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로 신앙을 키우고 성장해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를 망라하는 '믿음의 조상'으로 존경받고 있다.

'​사람에게 도움받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처지'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필자는 사고 후 세 번째 옮긴 신촌 세브란스의 입원 전 검사(보행 분석기 등)에서 "재활이 시작부터 잘못됐으니 휠체어를 이용하고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 판정으로 필자가 앞서 유수의 대학 병원 두 곳에서 1년여 애써 받은 재활 치료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버렸다. 두 병원의 전문의료진에게 받은 치료가 부정되는 상황에 애써 추스르던 내 세상은 다시 무너졌다. 모태 신앙이면서도 교회를 멀리하던 필자였지만 '하나님께 내 몸을 부리는' 심정으로 병원 교회를 찾아야 했다. 3살 난 딸마저 떼어놓고 날 간호하던 아내와 함께였다. 휠체어에 의지한 채 복음 성가"너의 등 뒤에서" 중 "너 일어나 걸어라♬"대목을 부르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며 벅찬 심정으로 하프 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최종 목표로 하나님께 엄하게 서원(誓願)했다.
그렇게 하나님의 병원 신촌세브란스에서 이른바 '영혼의 재활'을 하고 생활 근거지인 전주로 왔다. 그러면서 잠자리에서 엄마와 떨어져 1년여를 이모 집을 전전하던 어린 딸을 데리고 생활하게 됐다. 휠체어에 탄 내 무릎 위에서도 마냥 신났던 형서다. 함께 내려오던 구급차 안에서 부모와 함께라서 한껏 신난 형서를 보며 "기필코 든든한 아빠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남몰래 결심했다. 굳건한 믿음으로 뚜렷한 목표가 생기며 상황을 주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11회 김제 지평선 전국 마라톤대화 출전 모습 공무원 수험생 시절이던 2013년 제11회 김제 지평선 전국 마라톤대회 하프마라톤에 출전했을때 모습을 J-TV 전주방송이 방영으 하는 등 지역사회에 이목이 집중되었으나 완주를 못했다. ⓒ 서치식

 
목표가 하프 마라톤 완주라는 것은 재활로 장애를 얻기 전의 건강을 완전히 회복(回復)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는 개념조차 없던 완전한 재활을 목표로 한 것이니 우선, 재활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나 홀로 입원 생활을 하며 치료과정을 냉정하게 관찰하며 학습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용이 자유롭고 치료사들과 대면 접촉이 가능하며 집에서 가깝기까지 한 소규모 재활병원은 홀로 입원 생활을 하며 재활을 학습하기에 최적이었다. 늦은 밤까지 노트북을 이용해 자료를 찾고 일과시간에는 의료진에게 끝없이 질문해가며 재활에 대한 개념을 세웠다. 그를 바탕으로 노트북을 이용한 손가락 재활 등으로 늦은 밤까지 나만의 재활을 시작했다. 자가재활(自家再活)을 계획하고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병원 치료를 통해 재활을 학습하고 일상에서 응용할 수 있는 재활 개발과 틈새 시간 활용하는 훈련을 시험을 앞둔 고시생처럼 열심히 했다.
필자의 재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재활병원 원장이 있다. 지역 국립대학 재활학과 교수 출신인 그는 필자가 입원 치료를 받을 당시 첨단의 의학적 운동치료(Medical Exercise Therapy)를 도입해 치료사를 상대로 세미나를 해가며 실제 치료에 적용했다. 의학적 운동치료를 필자는"안전하게 고안된 기구로 환자별로 세밀하게 처방된 강도와 횟수로 시행하는 운동치료"로 이해했다.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때까지 필자가 받은 운동치료는 온전히 치료사가 자기의 몸을 이용해 환자를 일으키고 서기, 걷기 자세를 교정하는 방법이었다. 치료사의 감과 느낌에 의지하기에 "~ 느낌으로, ~하듯"이라는 말로 환자의 자세 교정을 요구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왼 편마비로 느낌이 없는 필자에게 ~느낌을 운운하니 이해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전 병원에서의 치료가 송두리째 부정되는 경험까지 했던 필자였기에 측정된 데이터가 아닌 치료사의 감에 의지한 운동치료를 더욱이 믿을 수 없었다. 그런 필자에게 의학적 운동치료는 획기적인 돌파구였다. 환자별 근육 검사(muscle tests), 기능 검사(function tests) 등으로 측정된 데이터에 기반한 강도와 횟수로 처방된 운동을 별도의 기구로 시행하는 운동치료는 필자의 막연했던 서원(誓願)을 구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학적 운동치료에 탄력이 붙으면서 자연스럽게 통원 치료, 일반 헬스클럽에서의 재활, 일상에서 스스로를 엄하게 몰아가며 이른바 자가재활까지 단계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Z-up읊 이용한 윗몸 일으키기 모습 망가진 체간 근육 강화를 위해 일명 거꾸리라 부르는 Z-up에 매달려 위몸일으키기를 하는 모습으로 늘 수용할 수 있는 극한의 운동을 감내하는게 내 재훻원칙이다. ⓒ 서치식

 
 
아브라함은 메소포타미아의 우르에서 신의 부르심을 받고 후손들은 복을 받을 것이라는 하나님의 약속에 의지해 가족들을 이끌고 험난하고 긴 순례의 길을 나선다. 아내 사라와 함께 나이 많은 상태에서도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을 얻게 되는데 그 귀한 이삭을 희생 번제로 드리라는 하나님의 마지막 시험에 순종해 후손들에게 이어지는 복을 받는다. 그의 후손 솔로몬은 이후 예루살렘에 제일 신전을 건설함으로 하나님의 약속이 이뤄졌다.
그의 믿음과 순종으로 아브라함은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를 아우르는 '믿음의 조상'으로 후대에 믿음의 모범이 된다.


 
하나님의 약속에 의지해 순례에 나선 아브라함처럼 간절한 믿음으로 무겁게 서원한 '하프 마라톤 완주'를 하나님의 약속으로 부여잡고 나 홀로 재활에 나섰으니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하나님만 의지해 아무도 가지 않은 처녀림에 새로운 길을 냈던 순례자처럼 아무도 이루지 못한 일에 나섰기에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쉼 없이 본향을 향해 갔던 순례자처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완전한 재활'이라는 본향(本鄕)을 향해 나아갔기에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위험이 산재한 미지의 세계로 길을 나선 순례자처럼 정해지고 준비된 것 없는 일상에서 일일이 재활 운동을 개발하고 활용했기에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기꺼이 고난을 감내하고 진리를 찾는 순례자처럼 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의 운동을 소화해가며 재활 중이기에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마주치는 고난과 역경을 주어진 중요한 과제라 여기며 극복해낸 순례자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좌절을 다시 일어설 자양분으로 삼고 재활 중이기에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순례에서 얻은 경험으로 새로운 내면의 평화와 성장을 이루던 순례자처럼 완전한 재활과 이른바 '외상 후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필자의 재활은 고난의 순례다.
본향에 이른 필자의 순례를 뒤따를 사람들로 탄탄대로가 된 재활 순례길이 장애에서 '회복'되는 치유의 순례길이 될 그날을 그리며 오늘도 내 재활 순례는 계속된다.

 

2012년 제11회 김제새만금전국마라톤대회 하프코스에 출전ㅁ한 모습 공무원 수험생 시절이던 2012년 제11회 김제새만금하프마라톤대회의 하프코스에 출전한 모습으로 제한 제한 시간내 완주를 못했으나 J-TV 전주방송이 '전북인 이야기'에 방영되어 지역 사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서치식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 다음 브런치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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