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용기

아들 학교샘 해고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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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화(kyunghwa65)등록 2024.03.28 14:14
요즘 새벽시장에 다녀오다보면 우리동네는 3월의 아침으로 충만하다.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학교에가는 등교길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저마다 등에 자기만한 가방을 한짐씩 지었지만
특유의 웃음과 상쾌함으로 골목마다 생기가 넘쳐난다.내가 1월보다 3월을 좋아하는이유이다. 진짜시작 하는 기분 이랄까?

   쳐다보는 나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 질 무렵 벌써 20년도 지난 그 날이 생각이 나서 차를 갓길에잠깐 멈췄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이는 3월생이라 또래보다 몸집이 큰 편어서 교실 맨끝 자리에 앉았다. 입학식날 처음 만난 선생님은 배가 남산 만해서 좀 위태위태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한달도 되지 않아 출산준비로 임시담임선생님이 온다는 알림장을 받았다.

   업무중인데 낯선 전화가 울렸다. 같은반 아이엄마였다.내용인즉 자기 아들과 내아들이 앞뒤자리에 앉았고 둘이 장난치다가 담임한테 혼났는데,선생님이 아이들 뺨을 때렸다는거였다.갑자기 눈앞이 노래졌다. 자기는 내일 학교에 간단다. 하던 일을 멈추고 어찌해야할까를 고민했다. 어느 정도표현을 하는게 맞는지 초보 학부모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건 선생님의 체벌이 좀 지나치고 교육적이진 않았다고 생각됬다. 이제 갓 입학한 초등학교 일학년 아이에겐 너무 가혹한 체벌이었다.아니 폭력에 가까웠다. 그 일이 묵과되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했지만 뾰족한 답을 들을순 없었다.  엄마가 너무 담임한테 아이편을 들면 나중에 선생님이 차별을 할거다 라든가,임시 담임인데 몇달 후에 갈거니 좀 놔두라던가 였다. 어떤 답도 내게는 남의 이야기라서 대충하는 답으로밖에 들리지않았다.

   용기를 내서 반대표엄마에게 연락을 했다.이건 우리 아이의  문제뿐 아니라 반의 문제고 학교의 문제이니 단체행동 해야할 것 같다고 말하니 싫다고했다. 그냥 알아서 조용히 해결하란다. 순간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이 내 아이만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감정적인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았다. 만약 그렇다면  이제라도 그만둬야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정의라면 나라도 용기를 내어야했다

    최근 뉴스를 통해 보도 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사회 초년생 젊은 선생님들을 학부모라는 이유로 정신적 폭력을 행사함으로 그 압박감에 시달려 결국 자살이라는 데에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모습을 본다.이젠 학교라는 사회에 최소한의  예의와 사제지간의 인간미는 정녕 찾아볼수 없게 된건 아닌지. 또 반대로 사회적 약자인 어린 제자들을 선생과 훈육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해도 묵인하는것이 과연 옳은가에 도달한다면 그날의 나의 행동은 어떤가? 나는 뱃속부터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받고 크다보니 사랑과 용서가 의무가 되 버리다시피했다. 누군가의 잘못을 들춰내고 고발하는 행동은 내게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날 반차를 내고 오후에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나 보다 먼저 온 그 아이의 가족(할머니 할아버지 아빠 엄마)이 줄지어 작은아이 하나를 가운데두고 상기된 얼굴로 나왔다. 임시담임선생님하고 한바탕 한 모양새다. 담임을 만났다. 정중하게 아이와 부모한테 사과할 의양이 없냐고 물었더니 그러고 싶지않단다. 그렇다면 교장선생님도 만나고 교육청에도 알리겠다고 했더니 그의 눈빛은 나를 유별난 학부모를 바라보는 원망의 눈초리다.

   그날 일로 남편은 지금도 교사와 관련된 뉴스가 보도되면, 나를 담임선생님 해고시킨 무서운 엄마라고 농담조로 말하곤 한다. 그날 그선생님은 왜 그럴수 밖에 없었을까?  노처녀라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없어서 모정은 1도 없었을까? 아니면 어차피 임시 담임이니 시간만 채우고 사제의 정 따위는 채우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만약 나를 만났을 때 죄송하다하고  변명이라도 했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교장선생님께서 담임을 향해 사과를 종용했지만 그녀가 응하지 않자 교장선생님의 권한으로 그녀는 해고 되었다. 이 엄청난 비밀은 묵과된 채 아직도 나는 억척학부모로 낙인이 찍혀있다 . 그러나 나는 굳이 애써 나를 변호하지는 않는다. 우리사회 가운데 한없이 오류이지만 용기있는 한 사람이 없어서 정의보다 집단이익이 더 힘이 세진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작은 잘못부터 바로잡아야 점점 더 좋은세상이 올수 있다고 믿는다. 내 평생에 그렇게 용기내어 총대를 메어야하는 일이 또 얼마나 있겠는가? 이제 그날의 용기는 내인생의 이력서에 빨간줄의 전과 기록이 아니라, 이제는 자랑하고픈 스펙이라고 당당하게 정정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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