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해 12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행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여러 정책 수단이 마련되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에 대해 17개 시·도 광역의회가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최근 창원시에서 고립·은둔 청년 정책을 발표하는 등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해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 이어, 12월에 '고립·은둔 청년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여러 정책이 있으나, 핵심은 광역시·도에 '청년미래센터'(가칭)를 설립하여 취약청년을 전담하는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여기서 취약청년은 '가족돌봄 청년'과 '고립·은둔 청년' 등을 가리킨다. 그리고 올해(2024년)는 4개 광역시·도를 선발하여 시범사업을 해보고, 이후 전국까지 확대하여 고립 청년을 돕는다는 개념이다. 청년미래센터에서 수행할 고립 청년 대상의 주요 프로그램은 '상담', '일상회복', '관계회복', '일 경험' 등이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에 대해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 중앙정부가 '고립'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 대책을 마련했다는 점은 늦었지만 반갑고 고무적이다.
고립이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만큼 공적 해결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에 앞서 여러 측면에서 고민할 사안들이 많다. 특히 고립 청년의 지원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사업의 성과관리'이다. 정부의 고립·은둔 청년 지원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정부 정책과는 다른 성과관리 접근법이 필요하다.
공적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이를 관리할 성과는 중요하다. 그런데 고립 대상의 정책은 성과관리가 매우 어렵다. 고립 청년 대상 정책의 성과관리는 주체의 특성으로 다른 정책의 성과관리와 달라야 한다. 고립·은둔 청년 대상으로 오랜 기간 사회운동을 해오신 한 단체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고립 청년이 사회에 나와 적응하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들이 필요할 때 바로 상담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사회적 관계 기술을 배우고 그 관계망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즉 정책 대상자에 따라서나 맞춤정책이 필요하고, 변화와 적응을 위해서 필요한 시간도 사람마다 다르고 길다. 그러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정책의 성과관리는 1년 단위이거나, 프로젝트 진행 중간 혹은 마무리 시점에 이루어지는 등 성과관리 기간이 짧고 획일적이다. 그리고 성과관리 기준과 방식도 고립 청년의 사례에 맞춘 질적 접근은 부족하고, 고립 청년의 정책 성과를 취업 횟수로 설정한 한 지자체의 사례처럼 획일적인 정량적 접근이 주를 이룬다. 획일적이고 정량적으로 접근한 경우, 성과가 나오지 않아 2년 만에 관련 사업을 중단한 경우도 있다.
2024년 2월에 보건복지부는 <2024 新취약청년 전담지원 시범사업 수행지역 공모 선정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안)은 앞서 언급한 '청년미래센터'의 운영을 위한 4개의 광역시·도에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안)이다. 필자가 교류하는 복지 연구자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현 정부가 고립·은둔에 천착한 다양한 정책적 방안을 마련한 것은 잘했다고 평가한다. 필자 역시 복지의 필수요소인 관계망 확충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가 이것 하나는 잘 잡았다고 여긴다. 그럼에도 지금의 '청년미래센터' 사업이 고립 청년을 사회적 관계망 속으로 진정 녹아들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를테면 현 정부가 우주과학기술의 증진을 위해 2045년까지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한 정책과 다르게 고립 청년과 연관된 정책은 단편적인 색채를 짙게 나타낸다. 올해 정부는 우주항공청을 개청하기 위해서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였고, 조직·예산·인사 측면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을 설립하여 2032년에 달 착륙, 2045년에는 화성 탐사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마련하였다. 우주항공청 채용을 위해 대통령의 연봉을 넘는 수준의 처우를 대우하며 우수한 인력을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는 측면에서 필자 역시 우주과학 기술 투자에 긍정적이다. 다만, 이와 비교하여 고립 청년 지원 정책은 지자체 중심으로 진행해 오다가 중앙정부가 기존의 사회적 안전망 체계에 '청년미래센터'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잘 마련된 식탁에 숟가락을 놓는 대응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고립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도 있지만, 개인이 고립될 수밖에 없는 환경의 문제나 사회적 문제 등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지점의 문제가 풀린다고 고립의 문제가 전체적으로 풀릴 수 없다. 따라서 고립과 관련된 사회적 위험을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예산 집행률이나 사업의 진행에 관한 횟수 등에 방점을 둔 성과관리는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고립 청년 대상의 정책적 방향성은 여타의 정책과 달라야 한다. '청년미래센터'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정책 도구들이 나와야 한다.
사람의 성장을 위해 지원하는 정책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가령,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에서 노벨상을 타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 중의 하나를 단기성과에 급급한 연구비 지원으로 꼽는다. 물론 노벨상 수상이 기초과학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잣대가 아니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으로 10위권에 있는 국가가 과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연구비 지원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현상은 고립 청년 지원 정책의 성과관리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한다.
향후 청년 정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고립의 문제는 정부가 지원은 하되 관여하지 않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판단에 맡기는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어떤 지자체에서 고립 청년의 문제를 취업 횟수로 성과를 관리하거나 2년 동안의 사업 기간 내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사업을 중단할 경우, 고립 문제는 더욱 공고해지고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획일적이고 정량 지표 중심의 관리가 아닌, '청년미래센터'나 사업의 활동 내역을 보고하고 그 보고를 평가하는 주체를 정부가 하면 안 된다. 이는 정부로부터 독립적이면서 전문적인 성격을 지닌 위원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평가가 아닌 모니터링을 해야 하며, 저성과라고 판단되는 기관이나 사업은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잘 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컨설팅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는 논쟁적일 수 있으나,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가 고립 청년의 문제를 공적으로 접근하되 성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립의 시대,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