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스틸컷
시네마달
절제, 용기, 효, 성실과 같은 미덕이 처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수없는 단련을 거쳐야 겨우 제빛을 발하는 미덕들의 빈자리를 오로지 공감이며 위안 따위의 반푼어치도 안 되는 태도가 채우고 섰다. 그마저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오로지 이익이며 우월감, 과시욕, 온갖 천박하고 얄팍한 욕구들이 범람하는 세상이 아닌가.
가치상실의 저변엔 철학의 몰락이 자리한다. 세상을 사는 자세와 기준, 판단을 이루는 근간이 없으니 만사를 그때그때의 이익에 따라 결정하기 십상이다. 미덕이란 부단한 수련을 통해서야 고작 한 땀씩 단련되는 것이지만 이익이 유일한 기준이 되는 세상에선 그처럼 이문 안 남는 일에 여력을 투입할 이가 한 줌도 되지 않는다.
이 경박한 시대는 가치며 미덕을 존중해온 지난 시대에 크게 빚지고 있다. 김장하의 이야기에서 보듯 유학이 그중 하나다. 유학의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대학>의 8조목은 '성심 정의 격물 치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로, 나를 닦고 세상을 공부하며 가정과 나라, 나아가 온 세상을 평안케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유가의 제자를 자임하는 이라면 스스로 덕을 갈고 닦으며, 자신을 세상에 던져 모두를 이롭게 하여야 한다. 하나하나가 가치가 몰락한 각자도생의 세상에 역행하는 일이 아닌가.
지난 시대, 많은 이들이 여러 국난을 극복하고 오늘을 세운 한국을 가리켜 민족성에 특별함이 있다고들 했다. 특유의 성실과 교육을 장려하는 자세, 자식과 부모, 이웃과 국가에 대한 희생이며 책임 따위의 것, 그것이 한국의 국민성이라고들 말해왔다. 그러나 그건 한국인의 피에 녹아든 신화적 무엇이 아니다. 하나하나가 이 땅에 오래 뿌리내려온 유학의 긍정적 잔재다. 그리고 그 모두가 생명을 다하여 소멸위기에 있다.
이제 누구도 철학을, 사상을 세우지 않으며, 그리하여 옳음을 구분하고 미덕을 수양하지 않는다. 어른이 없다는 자조 뒤엔 철학을 잃어버린 시대의 단면이 자리한다. 철학도 사상도 없이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사회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옛 철학은 가고 새것은 없는데 우리는 대체 희망을 어디서 구하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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