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한 장면.
MBC 경남
사라진 게 또 있다. '어른'의 부재이다. 물론 생물학적인 나이로만 따지면, 다음 국회는 좀 더(?) 어른들로 가득찰 전망이다. 공천이 확정된 여야 후보들의 평균 나이가 57.8세(<헤럴드경제> 집계, 8일 기준)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이는 21대 총선의 54.8세에 비해 3살 많아진 숫자이다. 다만, 저들 중에서 시대의 '어른'으로 존경할 만한 정치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뿌려 버리면 거름이 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눠야 사회에 꽃이 핀다." (김장하)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좋은 정치인'을 찾기 힘든 요즘, '어떤 사람이 우리 사회의 리더였으면 좋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가 떠올랐다. '좋은 사람' 혹은 '좋은 어른'을 연상하면 눈앞에 당장 아른거리는 이름이다. 경남 진주의 어느 한약방을 60년 동안 운영한 김장하 선생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남물래 장학금을 줬는데, 지금까지 그 숫자가 1000명을 넘는다. 또, 시민사회, 문화예술, 교육 분야를 넘나들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건, 김장하 선생은 한 번도 돈 앞에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평생에 걸쳐 대가 없는 나눔과 간섭 없는 지원을 실천한 어른이라 할 수 있다.
평생 자가용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김장하 선생은 "한약방에 종사하면서 내가 번 돈은 세상의 병든 이들, 곧 누구보다도 불행한 사람들에게서 거둔 이윤이기 때문에 내 자신을 위해 써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그가 어떤 생각을 갖고 한평생을 살아왔는지 조금이나마 알 듯하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쓰는 지금의 정치인들과 완전히 딴판이다.
김장하 선생의 삶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사재를 털어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던 그는 이사장으로 재직 당시 정부의 외압으로부터 구성원들을 지켜냈다.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묵묵히 지원하고, 자신의 자리에 단정히 머물며 맡은 역할을 묵연히 이행했다. 불의에 맞서 싸웠고 물러서지 않았다. 위법을 행하지도 않았고, 편법과 타협하지 않았다. 자신의 원칙과 소신을 평생 지키고 살았다.
유권자의 미션: '김장하 닮은꼴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