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양조 자유화 운동을 주도 하고 있는 타오피홉 림지트라콘
타오피홉 림지트라콘 페이스북
2023년 치러진 총선에서 전진당은 38.5%를 득표하며 12.7%를 얻은 태국 연합 정당(United Thai Nation Party)을 제치고 수권 정당으로 올라섰다. 진보 정당이 제1당이 된 것은 태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방콕 22구역 국회의원이 된 타오피홉은 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무적인 일은 싱하를 이끌고 있는 맥주 재벌 피티 브롬바크티 또한 전진당의 양조 자유법을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방콕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변화에 맞춰 발전하고 적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다양성 증가가 시장의 혁신과 발전을 불러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크래프트 맥주가 항상 진보적인 위치에 있거나 진보 성향의 정치인만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는 커질수록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그 속에서 진보와 보수 구분은 사라지곤 한다.
예를 들어, 미국 크래프트 양조사 협회(BA, Brewers Association)는 2019년 협회 내에 정치 활동 위원회(PAC, Political Action Committee)를 두고 협회원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BA에 따르면 PAC는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소규모 독립 맥주 양조장을 이해하고 옹호하는 연방 공직자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자유 그리고 크래프트가 흐르는 사회
대중맥주에 비해 크래프트 맥주가 정치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는 비주류이기 때문이다. 크래프트 맥주는 애초에 생존을 위해 대기업 맥주와 전선을 긋고 언더독으로서 색을 분명히 해왔다. 시장은 작고 호불호도 있지만 다양성과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명확히 표현하며 정체성을 다듬어 온 것이다.
크래프트 맥주가 늘어갈수록 개성과 가치도 분화됐다. 개개의 가치에 호응하는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도 생겼다. 자연스럽게 크래프트는 사전적 정의였던 '소규모'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 도시, 역사, 스포츠, 인권, 정치, 자연 등 다채로운 가치를 포용할 수 있게 됐다.
크래프트 맥주는 사람과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술로 자리매김했다. 넓은 시장과 대중을 상대하는 대기업 맥주들은 할 수 없는 세계다. 옳고 그름의 영역은 아니다. 태생과 환경, 성장 과정이 다른 형제와 같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맥주도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맥주가 대통령을 비판해도 탄압받지 않는 사회, 소수자를 대변하고 환경문제를 떠들어도 비난받지 않는 사회, 어쩌면 크래프트 맥주냐, 대중 맥주냐보다 자유 의지가 구속되는 사회인지가 더 중요한 게 아닐까. 권력이 풍자화와 영화에 발끈하는 사회에서 크래프트를 논하는 것은 아이러니일 수 있다.
크래프트 맥주는 자유로운 사회 안에서 발전한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 진정한 자유가 흐르고 의지가 속박되지 않는 사회, 국민이 진정한 국가의 주인인 사회에서 숨 쉴 수 있다. 다가오는 선거는 대한민국에서 크래프트가 '수제'를 넘어 다른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 결정되는 시간이다. 진정한 크래프트가 대한민국에 흐르기를 바라며. Vote C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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