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슈퍼 화요일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슈퍼 화요일 압승 결과를 듣고 연단에 선 트럼프는 지지자들 앞에서 "슈퍼 화요일인 이유가 있다"라며 "오랫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것"이라고 첫 소감을 전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두 가지 "제3세계 국가" 특성에 발목이 잡혀 있고 그 책임은 바이든에게 있다. 하나는 국경 문제다. 트럼프는 '수백만 명의 불법 이주자가 미국을 침입하고 국경 인근 도시가 그들의 범죄로 고통받는 상황에 몰려 있다'며 이는 국경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바이든의 범죄"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하나는 선거로, 지난 대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로 당선된 바이든 때문에 전쟁이 발발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대통령직을 유지했으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입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스라엘이 공격받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코로나 이후의 인플레이션이 중산층을 비롯해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며 바이든의 경제 정책에 날을 세웠다.
"다시 한번 위대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트럼프가 내세운 정책은 이질적인 요소들의 제거다. 공화당 대선후보 출마 선언 이후 그의 공약을 보면 우선 불법이주자 추방이 있다. 그는 지난 11월 이주자들이 "미국의 피에 독을 넣고 있다"며 재집권 시 수백만 명의 이주자를 추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대상은 노숙인이다. 지난 4월, 그는 "우리의 최우선은 열심히 일하고 법을 준수하며 우리 사회를 움직이게 하는 사람들의 권리와 안전"이라며 노숙인의 도시 캠핑을 금지하고 이들을 "텐트 도시"로 이주시키겠다고 했다. 캠핑 금지 조항을 어길 경우는 체포된다.
세 번째는 정적에 대한 "응징"이다. 지난 11월 트럼프는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갖는 정치인을 "해충"이라 부르며 "뿌리째 뽑아버리겠다"고 한 바 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총괄해 만든 '프로젝트 2025'에 따르면, 법무부에 대한 대폭적인 예산 삭감,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해체, 교육부와 상무부 축소 등을 담고 있다. 이 기관들은 지난 3년간 트럼프를 수사하거나 비판 목소리를 낸 곳이다.
마지막은 적대국 여행 금지 재개다. 2018년 6월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이란, 리비아,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교 국가와 북한, 베네수엘라 여행을 금지시켰지만 바이든이 이를 취소한 바 있다. 지난 7월 트럼프는 "보다 광범위하게" 여행 금지국을 정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겠다고 했다.
트럼프의 연설에는 계층, 성별, 세대, 도시와 농촌, 인종, 교육 수준 등 사회적 카테고리가 없다. 그의 목소리는 미국의 국경, 미국 밖의 위험한 국가, 미국 내 주변화된 노숙인, 비대화된 국가 기관 등을 향해 있다. 사회적 카테고리 안에서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해소하고 미국에 집중시킬 수 있는 방안이 과연 있을까.
바이든 "미국이 마주한 문제는 나이가 아니라 낡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