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떡도 남에게는 남의 떡인데, 남의 떡만 커보이는 어리석음이 불행한 개인, 가정, 국가를 만드는 게 아닐까.
김미래/달리
결국 마음의 눈은 사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느낌이 중요하단 얘기다. 생각해 보니 시력을 잃고 난 후 나도 사실보다는 느낌으로 마음속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느낌에 영향을 끼치면 될 것 같다. 주문이라도 외워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다지면 되지 않을까? 시각이 주는 정보가 없기에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달리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문제의 '그 소리'에 대응할 나만의 도구가 필요하다. 원치 않은 소리란 것을 마음의 눈이 재빨리 깨닫게 할 수 있는 어떤 것. 주문이라도 외워 볼까?
"수리수리 마수리"로 무엇이든 변할 수 있고, "치키차카쵸코쵸"만 외치면 슈퍼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는 손오공은 천하무적이 되지 않았던가. 나라고 못 할 것도 없다. 마음의 눈은 느낌이 중요하다. 느낌에만 변화를 줘도 맘속 '화'를 충분히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떤 주문을 만들어 볼까? 주문을 만들려면 아무래도 문제의 '그 소리'에 관한 충분한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
행복한 가정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가정은 대부분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에 나오는 그 유명한 첫 문장이다. 여기서 '가정'은 '개인'이나 '국가'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누구나 인정할 '행복할 수 있는 비슷한 이유'가 있다는 건데, 그럼 그걸 가지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그런데 왜 불행한 가정, 개인, 국가가 있을까? 갖기 싫어서는 아닐 테고 그럼 가질 수 없어서? 왜 가질 수 없는 거지? 모자라서? 그럼 좀 나누면 되지 않을까? 혹시 그걸 나누기 싫어서, 아니면 그걸 빼앗으려고 싸우는 건가?
이런 말도 있다.
우리는 단지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보다 행복해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해지기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실제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몽테스키외가 한 말이라는데, 이 말이 맞다면, 톨스토이는 거짓말을 한 건가? 애초에 행복한 가정이 있을 수 없으니까. 아니다. 행복한 개인도 가정도 있을 수 없다니,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좀 더 살펴야겠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유명한 우리 속담인데, 요즘은 남의 떡은 크고도 맛있어 보인다고까지 한다. 그런데 이것은 참으로 어리석고도 멍청한 말이다. 남에게는 나도 남이 아니던가? 그럼 '내 떡'이 남에게는 또 다른 '남의 떡'이 될 테니까, 결국 같은 '떡'이 큰 '떡'도 되고, 작은 '떡'도 되는 꼴이다.
오호, 그럼 혹시…? 몽테스키외가 말한 '행복'이 바로 이 '떡'은 아닐까? 우리는 어리석게도 '남의 떡'이 커 보이고, 남보다 큰 '떡'을 갖기를 원한다. 그럼 어리석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남의 떡'을 빼앗거나, 절대 커 보일 수 없는 '남의 떡'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이런 어리석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것은 개인일 수도, 가정일 수도 그리고 국가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어리석은 자들은 남도 자기처럼 생각한다고 확신한다.
비교하고, 비난하고, 화를 내고, 이길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은 무시하고, 더 나아가 전쟁까지 하는 게 바로 이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문제의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욕망에 눈이 멀고 어리석기까지 한 결과물이었다. '내 떡'인지 '남의 떡'인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 환상에 빠진 어리석은 욕망의 결과물. 말하고 보니 남 얘기가 아니었다. 부끄럽지만, 내 마음의 눈이 이런 내 어리석음을 그리고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만약 권력과 힘을 가진 자라면 더욱더 그럴 것이고, 그렇지 못한 우리도 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 벗어나기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과거에도, 지금 이순간에도 그 유혹을 극복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나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래서 그런 그림을 내 마음의 눈이 그려줬으면 좋겠다.
"히바아보아야아, 남의 떡은 내 떡, 내 떡도 남의 떡!"
나는 문제의 '그 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오면 이렇게 주문을 외울 것이다. 그럼 분명히 지금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질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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