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조사보고서2022년 펴낸 노로오름 일대 조사보고서(왼쪽)와 2023년 펴낸 한대오름 일대 보고서.
황의봉
마중물 회원들은 조사 작업을 할 때마다 4·3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막걸리를 한 잔 올린다고 한다. 또 새해를 맞으면 산으로 피신했던 사람들이 살았던 곳을 찾아가 간단한 제를 지낸다. 전투 현장과 은신처를 찾아다니며 조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념이 스쳐 지나갈 것 같다. 배기철 조사단장은 어땠을까.
"이덕구 산전에 가면 이런 글이 쓰여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억울하게 죽은 것이 아니라/ 죽어서 아무런/ 이유가 없어져 버린 것이/ 억울한 것이다'. 저는 한라산 깊은 곳에 은신했던 흔적들을 보면서, 아,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그 마음이 어땠을까, 4·3 진상규명 작업은 이런 분들의 억울한 사연까지 모두 밝혀져야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직 시신도 못 찾은 행불자만도 4천여 명이 되지 않습니까. 이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4·3 76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4·3에 대한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나면서 국민의 인식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향후 4·3의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배기철 조사단장의 소회를 들어봤다.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명예 회복, 배상 등 많은 영역에서 진전들이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제주 4·3은 여전히 '사건'으로 규정되고, 굳어져 가고 있는 현실에서 '정명(正名)'의 과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이 정명의 과정에서 놓치지 말고 짚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잊힌 이들'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한라산록으로 올라야만 했던 이들의 삶은, 그 속에서 죽어가야 했던 이들의 죽음은, 온전히 기록되지 못하고 또 기억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4·3의 운동 주체와 배제자의 문제이자, 이들에 대한 기억 투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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