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편의점 숏컷 폭행 피해자는 지금도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정민
- 서로의 사건을 뉴스로 접했을 때 어땠나요.
고 김혜빈씨 부모 : "지옥보다 더한 현실을 살아야 하는 범죄 피해자와 가족이 가장 먼저 생각났어요. 감히 위로조차 못하겠더라고요. 바리캉 폭행도, 인천 스토킹 살인도 저희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잖아요. 그런데 하나같이 검찰 구형보다 법원 선고가 낮게 나와서 자괴감이 많이 들었어요."
스토킹 살인 피해자 사촌언니 : "서현역 부모님께 무슨 말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다가가고 싶어도 혹여나 실례가 될까 연락을 따로 못 드렸어요. 흉기 난동 같은 무차별 범죄의 경우 검사의 구형을 믿는 것 말고는 남은 가족이 추가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 무기력감을 어떻게 이겨내고 계실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죠."
바리캉 사건 피해자 부모 : "똑같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구나 싶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대법원 홈페이지 '나의 사건 검색'에 들어가고, 포털사이트에서 여기 계신 분들이 겪었던 사건들의 기사를 찾아보고, 범죄 관련 블로그 글들을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어요. 휴대폰을 잘 안 보던 제가 이제는 종일 휴대폰을 붙들고 범죄 피해 사건들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요."
- 언론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건 어떤 의미였나요.
스토킹 살인 피해자 사촌언니 : "피해 사실을 직접 알리지 않으면 앞으로 있을 수사와 공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론화를 결심했어요. 아마 다들 비슷할 거예요. 공론화 후 연락이 닿은 범죄 피해자들과 얘기해 보니, 제가 힘들고 불편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른 분들도 똑같이 느꼈더라고요. 그때 알았어요. 이건 나만 겪는 일이 아니라, 모든 범죄 피해자들이 겪는 공통된 문제구나."
고 김혜빈씨 부모 :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었다기보단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혜빈이가 사고를 당하고 일주일이 다 되도록 어떤 책임자도, 매뉴얼도 찾아볼 수 없는 국가가 한심스러웠어요. 이런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국민들도 알아야 해요. 범죄 피해를 당했을 때 피해자와 가족이 어떤 처우를 받는지 알아야 개선점도 찾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