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도 확대재생산해야 하나?

스트레이트 기사 보도가치 없는 한동훈의 관훈클럽 발언

검토 완료

이은희(gangmin)등록 2024.02.08 10:14
2월 7일 한국 언론은 한동훈이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서 "검사독재라면 이재명은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한 말을 큰 사건인양 집중 보도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한동훈 '검사 독재라면 이재명 대표는 지금 감옥에 있을 것'"이라는 표제를 달았고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한동훈 '검사독재' 있었다면 이재명은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표제를 달며 한동훈의 생경한 워딩 "있었다면"을 그대로 옮겨 적었다.

이렇게 잡은 타이틀은 '이재명이 지금 감옥에 있지 않기 때문에 검사 독재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유도한다. 'A라면 B다'라는 것은 'B가 아니면 A가 아니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동훈의 'A라면 B'는 틀렸다.

이재명이 아직 감옥에 있지 않기 때문에 검사독재가 아니라는 한동훈의 주장은 그 설정이 이미 궤변이기 때문이다. 검사독재의 기준은 이재명이 감옥에 가고 가지 않고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검사들이 자신들의 권한을 제대로 사용하는지 제멋대로 사용하는지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들은 한동훈의 궤변을 열심히 세상에 전달한다. 이 기자들은 어찌할 것인가? 심지어 한겨레의 신민정 기자는 한동훈의 발언이 "이 대표가 대장동 사건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을 들어 독설을 한 것"이라고 친절하게 해제하는 기사를 내놓았다. 무비판적인 해제는 한동훈의 궤변을 무작정 확대재생산 하며 한동훈의 선거운동을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촛불행동에서 익숙한 표현인 '검찰독재'가 아닌 '검사독재'란 표현은 2023년 9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단식하면서 낸 입장문 "검사독재 정권의 민주주의·민생, 평화 파괴를 막을 수 있도록 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는 호소를 기억하게 한다. 한동훈의 워딩을 옮겨 적으려면 한동훈이 겨냥한 이재명의 '검사독재' 발언을 최소한 함께 소개해 줘야 했다.

허위사실의 확대재생산

2월 7일자 조선일보의 김승재 기자와 동아일보의 조혜선 기자와 중앙일보의 김은빈 기자, 조수진 PD는 한동훈이 이재명을 두고 "검사를 사칭한 분이 이런 말을 한 게 코미디 같긴 하다"고 조롱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다.

여기서 한동훈은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또 그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이상한 뇌피셜을 자극하면서 야당 대표를 조롱하고 언론은 그냥 확대재생산했다. 이재명은 검사 사칭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의 전과 넷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검사사칭사건'은 이재명 변호사가 직접 검사를 사칭한 것은 아니다. 22년 전인 2002년 아직 시민운동가이던 이재명 변호사는 '추적 60분'의 담당 PD인 최철호 PD가 당시 김병량 성남 시장과 인터뷰하기 힘들었을 때  성남 지검의 검사 이름을 알려 줘서 최철호 PD의 취재를 용이하게 해 준 사건이다. 김 시장은 최철호 PD를 상대로 고소했고 당시 전국언론노조에서는 보복수사라고 하면서 최 PD를 즉각 석방하라고 성명을 내기까지 했다. 이재명이 최철호 PD 취재 과정에서 검사 이름을 하나 알려 준 것이 문제가 되고 민변측에서는 이재명이 억울하다 하여 도와주었지만, 이재명은 벌금형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김병량 시장은 백궁정자지구 특혜 분양사건에 대해 뇌물수수혐의가 인정되어 처벌받았다.

더욱이 백궁은 당시 대규모 택지개발에 공무원이 개입하고 검사 유착의혹까지 대두된 사건이었다. 김건희 특검을 남편인 윤석열이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거부하고 이에 대해 제대로 말 한 마디 못하는 전직 검사가 함부로 나불거릴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검사 출신인 한동훈은 그 사건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모자라는 것이고 알았다면 "검사를 사칭한 분"이란 표현은 악의적인 허위사실이며 "코미디" 운운하는 조롱은 오히려 저질 코미디가 된다.

그런데 기자들은 허위사실과 교묘한 조롱의 언어가 담긴 저질 코미디를 검토 없이 재생산한다. 여당의 비대위원장이란 자가 가볍고 무례하게 야당대표를 겨냥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보도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보도가치가 추호도 없는 허위사실유포를 그냥 받아쓰기 하는 습관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누가 특권을 이야기하는가

윤석열과 한동훈 등 검사독재 주자들의 특징은 '개혁의 딸들'과 '운동권'에 대한 심각한 적대감이다.  2월 7일자 기사들에 따르면 관훈클럽에서 한동훈은 근거도 없이 민주당에 대해서는 "개딸 전체주의와 운동권 특권" 운운하면서 국민의 힘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운운하며 근거 없고 폭력적인 대조법을 쓴다. 기자들은 문제의식 없이 옮겨 적었다. 한동훈의 스피커를 자처한다.

특권이라면 박영수, 윤석열, 한동훈으로 대표되는 그렇고 그런 검사군들의 문제가 아니던가? 바깥에서 보아서는 도저히 확인할 수 없는 표창장 위조 사건으로 정경심 교수는 4년형을 받았지만, 한동훈의 딸은 논문 대필로 망신을 당하고 취소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윤석열의 아내는 주가조작 증거가 드러났지만 한번도 제대로 조사받지 않았다.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포르셰 렌터카 등을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특검은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빠져나간다.

선거 때 아내가 주식을 해서 오히려 4천만원 손해를 보았다고 한 윤석열의 발언은 2022년 검찰 보고서에서 아내와 장모가 23억 이익을 본 사실이 적시된 것이 뉴스타파의 추적으로 드러나면서 당선이 무효될 수도 있는 허위진술이란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은 제대로 수사 받지도 않고 처벌도 받지 않는다. 이처럼 특권을 누리는 자들이 도대체 누구더러 특권을 누린다 하는가? 이런 번드르르한 거짓을 그대로 받아써서 퍼뜨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보도가치의 문제

아무리 스트레이트 기사라 해도 누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 식으로 인용한다는 것은 확대재생산하는 일이다. 왜 보도해야 하는지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지 않는 기자들은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앵무새가 된다. 앵무새가 많은 나라는 독재하기 좋은 나라다.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아서 야당의 대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수 없다면 이미 거기서도 민주주의의 틀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다. 말 같지 않은 말을 언론이 확대재생산 할 때 또 거기서도 민주주의의 틀 한 쪽이 무너진다. 우리는 어디까지 망가졌을까? 이미 늦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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