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북토크 사진
유가영
수빈님도 취업 전에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메모리아'라는 모임을 만들어 주기별로 기억하는 물품이나 엽서를 만들었다. 생존자라는 이름으로 인터뷰에 응하기도 했다. 4.16가족협의회 일을 잠시 하면서 세월호 관련 기록을 취합하고 정리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취업한 이후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의 모임도 뜸해졌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세월호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고잔동 마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으로 단원고와 그 주변을 시민들과 함께 투어하면서 단원고 학생들의 실제 등하굣길을 둘러보기도 하고 거리에서 연극을 하기도 한다. 연극의 주인공은 단원고 학생과 이웃 할아버지, 이런 식으로 구성해 그들이 누렸을 평범한 일상을 담아내려 했다. 시민들이 한 번 더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도록, 단원고에 다녔던 학생들이 그해 봄, 4월이 있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또 비영리 단체 '운디드힐러(Wounded-Healer)'에서 어린이들에게 트라우마를 교육하기 위한 그림책 <괜찮아질 거야>를 제작할 때 수빈님은 그림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운디드 힐러는 심리학을 전공한 가영님이 마음건강센터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단원고 생존자 친구들과 함께 만든 단체다. 현재는 세월호와 무관하지만 개인적으로 트라우마를 갖고 있거나 트라우마에 관심 있는 다양한 청년들이 함께 모여 활동한다.
진지하게 연구하고 여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만든 그림책으로 어린이를 위한 인형극을 진행하기도 했고 지금은 심리치유용 보드게임을 제작, 출시 준비 중이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때도 함께 참사 현장과 분향소를 방문하고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어 추모하고 기억하는 글을 남겼다.
"운디드힐러 안에서도 이걸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가 도움을 줘야 될 것인가. 이런 얘기도 많았어요. 비슷한 또래이기도 하고." (가영)
"국가가 뭘 해준 건 없다고 생각해요. 보상도 저희가 노력해서 쟁취한 거죠. 이태원참사를 봐도 여전히 국가가 저희를 지켜준다, 보호해준다, 그런 느낌은 없는 것 같아요." (수빈)
쟁취했다고 표현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도 어려웠고 많은 결정들 역시 당사자보다는 보호자, 혹은 대리인을 통해 이뤄지기도 했다. 트라우마가 심했던 미성년의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아쉬움도 있다. 참사 당시만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정신적 치료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세월호참사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영구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이에 대한 적절한 의료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소송 중이다.
"적극적으로 해준 건 없지만, 저희가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만이라도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어요. 근데 거의 10년이 돼가는데 지금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또 똑같은 반응을 한다는 게 회의감이 들죠. 그런데 주변에 젊은 세대들 만나서 얘기해보면 그래도 긍정적으로 얘기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렇게 반복해서 참사가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한다, 어떻게든 잘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가영)
세월호 이후 변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