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새로운선택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 필요하다"
- 새로운선택은 현재의 한국 사회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요?
"첫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후 62년, 87년 민주화 이후 37년이 경과됐습니다. 대한민국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여러 차례 성공했고 저가품을 수출하는 국가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나라가 됐습니다. 이미 글로벌 차원의 시차가 없는 나라, 선진국이 된 것입니다. 지난 시대를 풍미했던 저개발과 종속의 논리는 설 자리를 잃은 거죠.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한민국'은 이제 완전히 다른 과제들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제들은 우리 정치에 세계관의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국가가 주도하고 사회의 다원적 발전을 억압하며, 재벌, 관료, 수도권 등 특정 집단과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도, 유효하지도 않습니다. 바로 그 성장과 추격은 기후위기와 인구소멸, 양극화와 불평등, 차별과 혐오라는 새로운 지구적·국가적 난제를 낳았지만, 우리 정치는 이 과제들 앞에 한없이 무능하기만 합니다."
- 우리 정치가 그렇게 무능해진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87년 민주화 이후 정치가 전혀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완의 민주화나 혹은 산업화(선진화) 달성을 위해 상대를 척결해야 한다는 식의 87년 세계관이 여전히 우리 정치와 사회운동을 지배하고 있어요. 대화하고, 타협하며, 갈등의 해결을 도모하는 정치는 오늘날 흔적도 찾기 어려워졌습니다. 결국 우리는, 정치의 실패로 인해 변화된 내외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잃어버린 30년의 길을 갔던 일본과 같은 길을 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세대의 헌신과 성과를 모두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성장의 한계를 맞은 한국 경제처럼, 우리 정치의 위기 또한 지난 시대 민주주의를 추동한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예요. 현실의 갈등이 아닌 선악과 정념에 기초한 열광적인 대중 동원은 결국 극단화된 정치 대결이라는 민주주의의 질병을 낳았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으로 악화됐습니다. 그리고 종착지로 우리는 자유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양대 정당은 이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상실했습니다. 주류 정당이 모두 책임정치에서 이탈함에 따라 국회는 검수완박, 양평고속도로 같은 가장 시끄러운 문제를 다루는 곳일 뿐, 기후위기, 인구위기, 불평등 같은 정작 중요한 문제를 다룰 수 없는 곳, 반대와 거부권만 있는 비토크라시(Vetocracy)의 공간이 됐습니다."
-진보정당들에도 책임이 있을까요?
"진보정당들 또한 성찰의 부재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공수처 개정안, 검수완박 찬성처럼 거악 척결에 세계관에 따른 선택이 반복되었습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 이후 정책적 혁신은 뒤처지고, 양당보다 더 많은 복지를 제공하겠다는 식의 양적 경쟁이나, 기본소득 같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에 경도됐습니다."
- 검수완박, 양평고속도로 등 민주주의와 관련된 문제들을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요?
"좀 더 정확히는 '누구를 위한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수완박의 목표가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양평고속도로 문제가 대통령 친인척 일가의 부패 의혹을 넘어서 평범한 시민들의 삶이랑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불분명합니다.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닙니다. 혹여 묻어버리고 넘어가도 되는 문제라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 문제들이 우리 정치의 중심주제인가, 평범한 시민들의 삶에 직결되어 정당들이 사활을 걸고 싸워야 하는 문제인가를 반문하는 것입니다. 저의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치 역시 한정된 자원을 동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한정된 에너지와 자원을 비생산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그러면 새로운선택은 기존 정당들의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까요?
"이제 대한민국에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가진 좋은 정당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정당이 아니라,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 필요합니다. 새로운선택은 누구보다 문제 해결에 진심이기에, '우리가 옳다'가 아니라, '우리의 방법이 더 좋다'로 시민을 설득할 더 많은 동료를 찾으려 합니다.
새로운선택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과도, 또 정의당과도 다른 새로운 종류의 정당으로 새로운 정당체제를 만드는 도전에 나설 생각입니다. 24년 총선과 26년 지방선거, 27년 대선, 28년 총선, 그리고 대선과 연이어 치러져 개헌까지 가능한 32년 총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기존의 양당체제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당체제를 만들 것입니다. 새로운 정당체제는 다원주의적 정치경쟁이 보장된 정치체제이자, 한국 사회가 마주한 문제들을 책임 있게 다루는 문제해결형 정치체제입니다."
-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 어떤 것인지 부연설명이 필요합니다. 어떤 지점에서 새롭다는 것인지, 기존의 제3지대와 무엇이 다른 건지 궁금합니다.
"'정당은 하나의 세계관이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해 보면 '새로운 종류의 정당'이란 결국 '다른 세계관'을 가진 정당을 말합니다. 그것은 상대를 척결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반독재민주화의 세계관을 넘어서 상대와 공존하면서도 경쟁하고 타협하는 세계관의 정당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 시대가 '다원주의'의 가치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거대양당 그리고 심지어 진보정당 역시 상대를 척결하고 청산해야만 사회가 좋아진다는 낡은 세계관에 기초해 있으며 열성 지지층의 동원을 통해 이를 더 강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한편 새로운종류의 정당이란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새로운 문제들에 대응해서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방법론이 아닌 다양한 방법론을 실용적으로 사용하며 문제해결의 방향을 찾아갈 수 있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개방적 협업툴과 같은 성격의 정당이 필요하고 새로운선택은 그런 정당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제3시민'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