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인 2023년 6월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자유통일당 회원들이 주사파 척결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2024년 2월 현재, 대한민국은 서로 엇갈리는 세 가지 시대 가치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한국전쟁 후 난리와 절대빈곤을 경험한 70대 이상은 북한에 대한 안보 불안, 미국과의 동맹, 경제성장에 집착을 보인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점으로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 체험을 가진 50대 전후 세대는 지금도 민주와 반민주의 구도로 세상을 평가한다.
흔히 이들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로 불리며 30~40년 이상 격렬하게 대립했고, 지금도 양당정치 중심의 현장과 사회 기반을 놓고 여론을 양분하고 있다. 총선을 수개월 앞두고 해방정국과 같은 정치테러까지 등장하며 서로 말도 못 붙일 것 같은 살벌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들도 공통점은 있다. 국가와 민족, 평화와 안보, 이념이나 계급 같은 소위 거대과제에 집중해 왔다. 이는 16세기 이후 서구 중심의 근현대가 이끌어 온 아주 전형적인 주제들이다. 근현대는 없는 것을 만들어 내고, 불가능한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생산성, 경제성, 합리성이 최고인 시대였다. 국가나 민족, 이념이나 계급 같은 거대과제에 개인은 희생하고 소수는 침묵해야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만만치 않고 대하기 까다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개인의 생각과 인생이 소중하며, '행복'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히 인생의 목표로 내세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욜로'(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 등은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기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며 최대한 누리겠다는 뜻이다. 무자녀 맞벌이 부부를 뜻하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도 그렇다.
'모두와 전부'보다, 나의 나됨을 확인하고, 자기 인생에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성공하고 잘살고 올바른 것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에 실천이 과제였다면, 이제는 '무엇이 성공이며, 잘사는 게 뭐냐?', '무엇이 정의이고, 공정이냐?'고 물으며, 기성세대를 당혹스럽게 한다.
그래서 기성세대는 지금과 같은 변화를 '이기주의'라고 쉽게 속단한다. 자기밖에 모르고 인류, 세계, 조국 등 보편적 거대과제에 관심 없다고들 한다. 얼핏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낯섦의 거부감을 넘어 시대변화의 의미를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의 변화를 못마땅하게 보는 것은 항상 있는 일이니 말이다. 1980~90년대에도 어른들은 늘 '요즘 젊은이들'이 철딱서니 없고, 이기적이라고 했었다.
'물'이란 단어 몰라도 물놀이할 수 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