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엄빠: 예능계의 최고 문제작인가

검토 완료

황현하(hyunha01)등록 2024.01.14 14:11

  

시청자 게시판 일부 ⓒ MBN

 
시청자 게시판 항의 폭주

'프로그램 폐지해 주세요.' 방송 중지 요구로 시청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MBN의 '고딩 엄빠'가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2022년부터 현재까지 시즌을 이어올 정도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고딩엄빠란 이름 그대로 10대에 출산한 부모들의 현실을 보여주며 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취지다. <고딩엄빠>는 예능계의 혁신적인 시도지만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시청자들의 관심과 질타를 동시에 받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작품은 시청자 게시판의 요구대로 폐지해야만 하는 나쁜 대중문화일까.
 
프로그램의 부정적 시선

일각에서는 <고딩 엄빠>가 예능계의 최고 문제작이라고 평가한다. 예능 포맷으로 10대의 임신을 미화하고 부추긴다는 것이다. 성인-미성년자 커플, 미혼모, 가난 등 주제가 다소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관찰 예능으로 사연을 가볍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고딩 엄빠>에서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 벗어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미성년 부부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겠다는 처음 기획 의도와는 달리 책임져야 할 생명이 있음에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놀기 바쁜 부모를 방송에 보여주면서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미성년 부부의 낙인을 찍기도 한다. 연출적인 부분에서는 '보여주기'에만 급급해 부부들이 처한 상황 개선에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으며 시청률을 위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고딩엄빠 4 ⓒ MBN

 
예능 포맷의 화제성을 이용한 전략

<고딩엄빠>가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었다면 지금만큼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을까. 미디어에서 10대 미혼모나 미성년 부모 주제를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해당 주제를 뉴스나 다큐멘터리 형태로 다뤄왔지만, 해당 프로그램만큼 청소년 임신과 출산 주제를 지속해서 내세운 방송은 없었다. 예능이 아닌 뉴스, 다큐멘터리 형식은 사회 반응에 따라 검열이 심해질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현실에서 충분히 마주할 수 있지만 미디어에서 암묵적으로 노출하지 않았던 주제를 예능으로 끌고 옴으로써 많은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고딩엄빠>가 불러일으킨 변화

해당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개인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냈다. 개인적인 변화는 방송 출연 후 출연자들의 근황을 전하는 회차 속에서 부부, 자녀 관계가 회복된 모습을 통해 나타났다. 관계 회복은 출연자들이 방송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파악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이뿐만 <고딩엄빠>는 같은 상황에 놓인 전국 청소년들에게 용기가 되는 방송이 되었다. 시즌1, 2 이후 제작진이 직접 섭외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싶어 하는 고딩엄빠들이 프로그램에 참여 의사를 주체적으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2 방송 이후에는 고딩엄빠들을 위한 사회 제도적 변화가 일어났다. 청소년 부모에게 아동 양육비 지원이 확대되거나 중위 60% 이하였던 기준이 65% 이하로 상향되는 등 사각지대에 놓였던 청소년 부모에게 현실적인 제도가 보완된 것이다. 미성년 부모가 처한 현실의 민낯을 보여준 방송으로 제도까지 개선됐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인식 변화의 첫걸음

모든 대중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고딩엄빠>처럼 민감한 주제를 예능으로 공론화하는 시도는 분명 필요하다. 이런 시도마저 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에 변화를 일으키기 어려울 것이다. 뭐든지 부딪히고 깨지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변화는 누군가 나서야 시작되는 것이다. 그 주체가 개인, 사회 혹은 방송이 될 수도 있지만 용기 내서 발걸음을 뗀 것은 반이나 성공했다는 의미다. 더 좋은 대중문화가 되기 위해서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있을 테지만 <고딩엄빠>야 말로 잠재된 사회적 편견과 혐오를 맞설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작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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