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4일 열린 탄탄주택협동조합 설명회에서 사업 설명 중인 필자(탄탄주택협동조합 상임이사).
탄탄주택협동조합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책에 실망하여 피해 당사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자구책을 마련했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정부의 실질적이지 못한 대책으로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정부의 무능한 대책에 실망하여 당사자들이 직접 나섰다. (관련 기사:
전세사기 피해자 외면하는 공기업, 황당한 일의 자초지종https://omn.kr/25ph8)
화성시의 악성 임대인은 2020년 무렵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무책임하게 300명이 넘는 임차인과 오피스텔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2023년 초까지 계속 집을 늘려왔다. 그러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겠다며 소유권을 이전해 가라는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 집을 이전받게 되면 전세대출을 갑자기 갚아야 하고 이후 결혼이나 이직으로 이사 가야 할 때, 이사 가지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이에 협동조합 방식의 해법으로,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하였다. 현재까지 21명의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다.
화성시 동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가 피해를 스스로 구제하려 결성한 '협동조합 방식의 해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자구 방안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 협동조합은 무능한 정부의 대책을 넘어 더욱 실효적인 전세사기 피해의 해결 사례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탄탄주택협동조합' 21명 조합원 중 현재 5명이 피해를 치유하였다. 5명의 조합원 피해 금액 6억 5100만 원(기존 전세보증금) 중 5억 7420만 원(퇴거 시 반환 보증금)을 돌려받고 퇴거했다. 이들 5명의 전세사기 피해 금액의 88.2%가 복구된 것이다. 이들이 조합 탈퇴 시 출자금으로 전환된 6396만 원까지 반환받으면 피해액의 93.57%까지 회복될 것이다.
전세사기 피해 당사자 협동조합의 피해 치유(구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정책으로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 전세사기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임차인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거절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는 현재의 '제도'조차 피해자 지원을 위해 활용하지 않는다.
(사례 1) 조합원 A씨는 주택을 분양받아 입주한 상황에서 전세사기 가해자(이전 임대인)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분양주택 대출 이자 및 전세보증금 대출 이자를 이중으로 부담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후속 임차인을 구하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아 대출을 상환하였다.
(사례 2) 조합원 B씨는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전세사기 가해자(이전 임대인)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결혼식장 예약을 취소하는 등 결혼을 미루게 되었다. B씨는 결혼 후 함께 살 집도 마련된 상황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가해자에게 오피스텔을 인수받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세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금융권 대출과 지인에게 빌렸다. B씨는 본인이 인수한 오피스텔을 협동조합에 매각하고 다시 협동조합과 전세 계약을 맺어 거주하다 후속 임차인을 구해 보증금을 돌려받아 오피스텔 인수 시 빌린 돈을 갚았다.
(사례 3) 조합원 C씨는 행복주택에 당첨되어 입주해야 했지만, 가해자(이전 임대인)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행복주택 입주보증금 마련이 불가능했다. 입주보증금을 내지 않으면 행복주택 입주가 취소될 상황이었는데, 협동조합에 가입하여 보증금을 돌려받고 행복주택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치의 실종, 실종된 여야 합의
올봄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피해 지원을 위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자, 법 제정에 반대하던 정부·여당도 뒤늦게 입법 논의에 참여했다. 그 결과 2023년 5월 25일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급하게 통과된 법이라서,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될 때도 피해 현황이 어떤지 파악하지 못했고,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당시 여러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비극이 발생하는 상황이라서 정부안 발표 29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의 반대로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특별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요구한 선(先)구제 방안인 '임차보증금반환 채권 매입' 방안도 제외되었다.
지난 6개월간 시행된 '전세사기 특별법'의 실효성은 상당히 낮았다.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해자 중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율은 17.5%였다. 또한 지난 6개월간 LH의 피해주택 매입 실적도 0건이었다. 이렇듯 '전세사기 특별법'은 반쪽짜리 특별법, 생색내기 특별법 그 이상이 아니었다.
사각지대도 많고 부실하게 제정된 법이라, 정부와 여야 모두 '전세사기 특별법'이 부실하게 입법되었다고 인정하고, 법 시행 후 6개월 후에 보완 입법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보완 입법을 위해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 실태조사 등 현황을 파악해서 정리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피해 당사자들이 피해자 인정 신청 시 낸 서류만으로 피해조사를 대체하면 된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실태조사를 외면했다. 모든 피해자가 피해 신청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미 피해 신청한 사람들의 데이터만으로 갈음한다는 것은 생색만 내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외면하는 것이지 피해자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의 부실‧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선(先)구제 후(後)회수'인데 정부와 여당은 관련 법률개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6일 열렸던 법안검토보고서 논의 당시 국토부와 법무부 및 기재부 등 정부 당국은 야당과 피해자, 시민사회가 제안한 '선구제 후회수' 등의 보안 입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