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지난 5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변화협약'은 인간의 산업활동이 기후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제법에 준하는 협약을 맺어 모든 나라(당사국)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54개국이 서명한 이래 당사국 총회를 28차례 거치는 동안 내용이 수정되고 추가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많은 회의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당사국 총회가 지금까지 이어져 온 이유는 산업화에 따른 대기오염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주도적 노력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들이 협약 내용을 이행하기 어려운 산업 조건과 재원능력을 가질 때, 환경정책이 이들의 빈곤 퇴치에 모순되지 않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결과가 지금의 협약 내용이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3차 당사국총회(COP3)는 기존 협약에서 제시한 탄소배출량 안정화 계획이 불충분하다는 판단에 따른 대응으로 열렸다. 당시 만들어진 '교토의정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부속서 1(Annex I) 범주 국가들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성과 가운데 하나는 '교토 메커니즘'이라 불리는 일련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해 당사국 간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선진국 '갑'이 개도국 '을'의 배출감축 계획을 도와 자국의 추가 배출권을 얻는다든가, 목표 미달성 국가와 초과달성 국가 간에 배출권을 거래하는 등의 방식이 그것이다.
이처럼 국가 단위에서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전지구적 공동대응으로 해결하도록 방법을 모색했다는 점은 지구환경계획의 구체적 진일보라고 할 수 있다. 교토 메커니즘을 통해 당사국총회는 환경정책이 경제정책과 시너지를 이룰 수 있고 온실가스 감축이 수익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물론 교토의정서에 문제가 없던 것은 아니다. 국제법의 특성상, 조약 탈퇴를 하는 국가에 대해 제약할 방법이 없다. 최대 탄소배출국가인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은 의무규정에 반발해 의정서에 대한 비준 자체를 하지 않았다. 에너지가 기간 산업의 주축을 이루는 캐나다 역시 2011년 보수파 스티븐 하퍼 정권 하에서 협약을 탈퇴하고 만다.
교토의정서 이후 기후변화협약의 가장 큰 분기점은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 총회다. 교토의정서의 강제적 규범 원칙이 당사국 이탈을 불러 일으키는 단점이 있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대회에서 합의된 것이 '파리협정'이다. 법적 구속력보다 자발적 목표 설정이 교토의정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2015년 당시는 이미 대체에너지 분야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해서, 새 경제성장의 동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따라서 환경정책이 탄소배출 감축과 같은 소극적 대응뿐 아니라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적극적 대응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탄소배출 감축이 비용 지출만이 아니라 투자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인류가 얻은 것도 파리협정이 탄생한 배경이 됐다. 물론 기존의 탄소배출 감축 계획이 모두 성과 미달이 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또한 당사국들의 자발적 참여를 견인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파리협정에 근거해 온실가스배출 감축에 합의했다(미국은 트럼프 정권에서 파리협정을 탈퇴했다가 바이든 정권 들어서 다시 복귀했다).
역설적으로 이번 두바이 COP28에서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과거와 다른 이유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비치기도 했다. 앞서 말한 의장국 아랍에미리트가 제안한 합의문 초안이 너무 빈약하다는 이유였다. 이들의 표현에 따르면 이런 합의문은 해수면 상승으로 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사망진단서'라는 것이다.
과연 COP28 두바이 총회는 실패로 기록될 것인가. 의장국 아랍에미리트의 실망스러운 행보와 대조적으로 기후변화협약 역사의 꾸준하고 구체적인 진보와, '탄소배출대국'들의 변화된 경각심은 향후 당사국총회의 전망을 그나마 밝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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