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한 모습.
남소연
"제가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뭐 특별히 언론에서도 상세한 보도가 안 나왔기 때문에 제가 내용을 잘 알지 못합니다. (수사가 필요하다면 혹시 수사를,,,) 너무 가정을 가지고 계속 물어보시면 뭐..."
지난 6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지난달 21일 "만약 어떤 고위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이 소고기나 초밥을 사 먹었다면 탄핵 사유로 인용될 것 같다"라는 발언과 비교하면 속 보이는 변명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의혹에 대해서는 '만약'이란 단어를 써 가정하고, 가정된 사실을 탄핵 사유로 인용될 것 같다며, 수사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던 한 장관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알고 있고, 불법의 증거가 영상으로 확연히 드러난 일을 모른다니... 이런 발뺌이야말로, 지탄받아야 하는 침묵이다. 내용을 잘 알지 못한다고? 그건 완강하게 '수사 거부'의 뜻을 드러내는 표현일 뿐이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주무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침묵도 문제다. 동일인에게 1회 100만 원 또는 1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했을 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 게 김영란법의 처벌 조항이다. 사건을 인지했을 때 지체없이 조사에 착수하고 범죄 사실이 확인되었을 때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것이 국민권익위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데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한 신고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한겨레 신문) 정도가 지금까지 알려진 국민권익위 입장이다.
대통령실도 침묵한다. 경위 설명은 물론 사과도 없다. 그러면서도 한편에선 대통령실 관계자가 언론에 <서울의 소리>가 김건희 여사에게 준 명품백 구입을 위해 북한 자금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며 '북한 개입설'을 흘리기도 하고, 당시 받은 명품백을 '반환 선물'로 분류해 대통령실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함정 취재'에 걸렸다며 '독수독과론'으로 물타기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러나 300만 원 디올 명품백은 김영란법을 위반하며 김건희 여사에게 건네졌고, 반환되지도 않았으며, 윤리에 어긋나는 취재라 하더라도 수수한 사실을 면죄받을 수 없다는 건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대통령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국민권익위의 침묵. 이것은 행정부의 '직무유기' 범죄나 다름 없다.
언론 역시 이래도 되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송 전 대표의 묵비권 행사에 대해 불편한 국민들의 생각을 전할 수 있다. 하지만 송 전 대표의 묵비권 행사를 비판하는 신문사 지면에선, 정작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게 언론의 정의고 공정인가? 이쯤 되면 언론의 침묵은 범죄 방조를 넘어서는 은폐이고 동조다.
"잘못이 밝혀지면 벌을 받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야당을 향해서만 이런 주장을 하는 건 언론의 폭력이다. "언제부턴가 자신들은 법을 어겨도 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비난도 야당에게만 해서는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명품백을 수수하고도 침묵하는 김건희 여사에게 '잘못이 밝혀지면 벌을 받는 게 상식이고, 법을 어겨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한데 잘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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