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베란다 화분동양란과 군자란, 알로카시아 등 베란다 두 곳에 식물이 가득하다.
유영숙
매년 연말이 되면 방송에서 여러 가지 시상식을 한다. 가요대상, 연예대상, 연기대상 등에서 수상자, 특히 대상 수상자가 궁금하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 집 베란다에 있는 식물에게 올해의 식물상을 주려고 한다. 우리 집 반려식물 중 으뜸은 어느 것일까.
기쁨상 : 봄에도 겨울에도 나를 위로한 군자란
모두 귀하고 사랑스러운 화분이지만, 올해 유독 나를 기쁘게 해 준 식물이 있다. 이름도 멋진 군자란이다. 지난 2월 말에 86세인 친정엄마가 천식으로 입원하셨다가 기관지 내시경을 받으시다 심정지로 돌아가셨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이별이라는 큰 슬픔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시기가 지나고 3월이 되었지만, 아직 내 마음에는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겨울처럼 칙칙하고 흐릿한 하늘이었다. 벚꽃이 거리를 덮을 때쯤엔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던 중 3월 중순에 베란다 군자란 화분에서 꽃대가 쑤욱 올라왔다.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주말에 한두 개가 나팔처럼 꽃망울을 터트리더니 어느 날 화분 세 개에서 군자란이 활짝 피었다. 모두 다섯 개의 꽃대에서 꽃이 피니 베란다가 봄을 맞아 화사하다. 꽃 색깔도 주황이라 초록 잎과 대비되어 화려함의 극치였다. 마치 등불을 밝힌 듯 베란다가 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