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VV(자유당)의 게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지난 11월 2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PVV는 '반이민' 'EU 탈퇴'등을 주장하는 극우성향 정당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0세기 초 극단주의의 큰 흐름이 극좌로 이어졌다면 21세기 초 이러한 동향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대부분 극우사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외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1973년 국민전선(Front national)이 창당된 후 현재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에 이르기까지 극우세력이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하지만 극우의 성장과 동시에 범국민적 반극우동맹은 모든 정치세력을 포괄해 암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는 국민연합의 후보가 국민 절반의 지지를 얻지 않는 이상 암묵적 반극우 동맹은 그 상대가 누가 됐든 그를 향해 표를 던진다. 오직 극우 대통령을 막기 위한 그들만의 민주주의를 위한 마지노선인 것이다. 그렇다고 극단주의가 프랑스를 비껴간 것은 아니다. 그들의 방식으로 기존 체제를 비토(Veto)하는 프랑스식 극단주의가 있다.
2017년 바람같이 등장해 현재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는 에마뉘엘 마크롱이 그 주인공이다. 그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드골주의-사민주의 양당 체제는 완전히 붕괴됐다. 이러한 프랑스 특유의 '반체제' 극단주의를 정치학에서는 '극중주의'(Extrême centre)라고 부른다. 프랑스대혁명 직후 정치혐오에 빠진 프랑스인들이 기존 정치세력을 모두 거부하고 관료들의 국가 지배를 선호했던 역사에서 유래한다.
프랑스식 극중주의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민주국가에서 반체제적 극단주의는 극우로 수렴되고 있다. 그 정점은 물론 2017년 등장한 미국의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에마뉘엘 마크롱과 도널드 트럼프의 정치 진영은 완전히 다르지만 반체제적 정치 혐오주의를 등에 업고 기존 정치권을 뒤흔든, 정치 이력과 경험이 거의 없는 정치 신예들이었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후 등장한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2019-2022), 지난달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한 하비에르 밀레이 역시 기존 정치 시스템의 무기력과 이를 향한 국민들의 혐오가 함께 빚어낸 반체제적 극단주의라는 점에서 트럼프, 마크롱과 동일하다. 물론 이들의 정치적 배경과 정치성향은 서로 다르다. 예를 들어 같은 극우로 불리지만 트럼프와 밀레이의 경제관은 각각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상반된다.
하지만 이들의 정치세계관을 관통하고 있는 반체제 극단주의의 특징은 놀랍게 유사하다. 이들의 지지세력은 공통적으로 남성, 백인, 기독교에서 결집도가 높다. 정치적으로 기존의 어느 정당도 거부한다는 점도 이들에 대한 열성 지지자들의 공통점이다. 환경 위기론에 대해서는 강한 불신, 심지어 음모론까지 가지고 있다.
그 밖에 현재 집권 중인 이탈리아의 이탈리아의형제들(FdI), 북부동맹(NL), 지난달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선 네덜란드의 자유당(PVV), 점차 지지율을 높여가는 스페인의 복스(Vox) 등 대부분의 극우세력에서 공통된 특징들이 반복해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극우세력이 발흥하는 현상이 기존 정치 패러다임 붕괴의 전조일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정치에 대한 실망, 혐오가 커질수록 극단주의 세력의 발호는 필연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민주주의가 내용보다 형식에 매달릴수록 정상체제 붕괴의 날은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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