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적도 없이 가라앉은 배와 함께 사람들이 가라앉아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4.16재단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눈 내리고, 세찬 바람 부는 이 겨울이 지나고 나면 봄이 오겠지요. 그 봄에는 봄바람과 함께 꽃도 피어나고, 풍경도 녹색으로 변하겠지요. 아마도 벚꽃도 일찍 피어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세월호참사 이후 열 번째 봄을 맞게 되겠지요.
우리는 지금도 누구나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합니다. 다른 봄날과 다름없던 그날,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월호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안타깝게 상황을 지켜보던 그때 날아들었던 '전원구조' 소식에 환호했고,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다가 그 소식이 오보였음이 알려진 뒤, 흔적도 없이 가라앉은 배와 함께 사람들이 가라앉아 돌아올 수 없었던 그 상황을 TV 생중계로 보면서 같이 울었습니다. 세월호의 승객들이 살아 돌아오는 기적을 바라며 거리로 나와서 촛불을 들었습니다.
그 거리에서, 광장에서 우리는 함께 외치고, 행동했습니다. 그 연대의 힘으로 특별법도 제정했고, 침몰했던 세월호를 인양했고, 박근혜 정권 탄핵까지 이뤄냈습니다. 그 아름다웠던 기억들, 우리가 같이 만들었던 위대한 역사의 현장을 우리는 모두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진상규명은 여전히 미완인 상태이고, 책임자들은 속속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고, 사면까지 받아냈습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통한 안전사회를 건설하자는 우리의 모든 노력이 큰 벽에 부닥친 것 같습니다.
생명존중과 안전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의식은 성숙했고, 그런 결과로 중대재해처벌법 등 일부 법을 제정하기도 하고, 개정도 했습니다. 안전 관련한 대책이 속속 만들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10월29일에는 이태원참사를 맞았고, 2023년 7월 15일에는 오송 궁평지하차도 참사를 맞았습니다.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것 같은 위험사회, 국민이 죽어가는 위기 앞에서는 사라져 버리는 국가, 여전히 책임자는 처벌을 면하고 피해자만 남아서 온갖 모욕과 혐오를 견뎌야 하는 세상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왔을까요? 패배감으로 절망에 무릎 꺾이는 시절, 그런 겨울을 우리는 맞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