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일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3일부터 케냐에서 개최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제 3차 정부간 협상위원회를 앞두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국제플라스틱 협약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번 퍼포먼스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크리처 작품을 제작하는 이병찬 작가와 협업, 플라스틱 괴물 조형물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이 지속될 경우 닥칠 암담한 미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정민
인류의 혁명적 발명품 중 하나로 꼽혔던 매력적이었던 플라스틱! 폴리에스테르 섬유, 랩, 세제 용기, 식료품 보관용기 및 포장재, 음료수병, 파이프, 비닐봉지, 튜브, 스티로폼 포장재료, 장난감, 전자기기 케이스, 범퍼, 바닥재, 전선, 인조가죽 등 그 쓰임새는 거의 무한할 지경이다. 가볍고 온도변화에도 강하고, 수명도 제법 길어 편리하게 쓰이지만, 생산된 제품 가운데 절반은 한 달도 안 되어 쓰레기가 된다.
그에 반해 폴리염화비닐,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이름도 여러 가지인 이들은, 저항력이 강한 성질을 띠어 분해되는 데에는 매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분해만이 문제가 아니라, 플라스틱은 채굴과 생산과 소비, 폐기 과정에서 공기와 식수, 토양과 바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미세플라스틱과 독성 유해 물질로 생태계와 건강을 위협한다. 여러 경로로 우리 몸에 침투해 암, 신경계질환, 생식기능과 호르몬, 면역체계 손상 등을 유발한다는 사실이다.
동물 사체의 뱃속에서 플라스틱이 발견되는 사례도 안타깝지만 이제는 많이 보아온 사진들이다. 각 나라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기 시작했고 플라스틱은 최고의 발명품에서 최악의 발명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플라스틱이 최악의 발명품인 이유는 또 있다.
플라스틱의 원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이다. 플라스틱을 지금처럼 생산하고 소각한다면, 탄소예산(지구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대비하여 1.5도 상승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허용된 최대 탄소 배출량)의 10~13%를 플라스틱으로 인해 소진하게 될 것이란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예측이 있다.
지구 기온 1.5도 상승 억제를 위해 남은 총 탄소예산은 4200억~5700억 톤인데,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50년까지 560억 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부분에서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플라스틱 아틀라스 세계판 2022).
여전히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4억 톤 넘는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1/3은 포장재로 쓰이고, 전체 생산된 플라스틱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10% 미만이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관련 기업이나 정부는 재활용만 잘하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듯 홍보(?)해 왔지만, 이는 플라스틱 문제에 대한 기업의 책임 회피 홍보 전략일 뿐이다.
플라스틱 문제를 소비자들의 '분류'나 '처리' 문제로 접근하면, 플라스틱 생산으로 어떤 환경문제가 발생하고,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서는 굳이 시선을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기업의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질문을 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환경단체에서 플라스틱의 '처리'보다 플라스틱 제품 생산의 대대적인 감량과 재사용, 일회용 규제가 플라스틱 정책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환경 정책에 거침 없는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