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여민관 집무실이 본관 집무실에 비해 좁기는 하지만 업무를 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본관 집무실은 행사 때에만 사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화려한 본관 집무실에서 나왔다. 그곳은 국무회의 때나 외국 정상 등 주요 인사 접견 때만 썼다. 대신 비서동 여민1관 3층에 짐을 풀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마련한 곳이다.
비서동 명칭 '여민관'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명명했다. '국민과 함께하는(與民)' 곳이라는 뜻이다. 여민1관 대통령 집무실 밑 2층에는 비서실장실과 국정상황실, 1층에는 정무수석실 등이 있다. 내가 연설 기획비서관이 됐을 때 정무수석실 한쪽에 사무실이 마련됐다.
1관과 마주 보는 여민2관에는 정책실장실 산하 수석실과 민정수석실 등이 자리했다. 1관 옆 건물 여민3관에는 국가안보실과 국민소통 및 시민사회수석실이 있다. 홍보 기획비서관 1년 반을 여민3관 1층에서 보냈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청와대 사무실은 근사하다. 널찍하고 멋지다. 푹신한 가죽 소파, 깔끔한 책상과 의자. 다 연출이다. 비좁고, 집기는 낡았다. 내 방에서 새것은 문재인 대통령 로고를 새긴 원형 벽시계와 업무수첩밖에 없었다.
홍보 기획비서관 사무실은 네댓 평쯤 될까. 그 안에서 10명이 일했다. 사무실 안에 따로 1.5평쯤 되는 비서관 방이 있었다. 사무실 구석에 ㄱ자 형태 간유리로 임시 벽을 세웠다. 나머지 두 면은 콘크리트 벽이다. 창문도 없다. 점심을 건너뛰고 컵라면이라도 먹으면 냄새가 종일 가시지 않았다.
책상, 회의용 탁자가 공간을 빼곡하게 채웠다. 그 방에서 대여섯 명이 회의하려고 앉으면 눌러 싼 소풍 도시락 소시지라도 된 느낌이었다.
여민2, 3관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예산이 없어 못 고쳤다.
그래도 장점이 있었다. 급해서 뛰면 2~3분 이내에 대통령과 마주 앉을 수 있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광화문 이전을 거듭 검토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나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검토 내용이 보고됐다. '문제가 있다'라는 단서가 따라붙었다.
대통령 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전이다. 대통령에게 어떤 종류의 위해도 일어나서는 안 된다. 위해 요소로부터 차단돼 있거나, 위해 시도가 있어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어야 한다.
청와대는 외부에서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물리적으로 높은 담과 벽으로 막혀 있다. 검색과 조회, 경호 등 체계적으로 보호되고 있다.
다른 곳에서 그만큼 안전을 도모하려면 경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면 건물 전체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 드나드는 사람은 제한되고, 출입 절차는 더 어려워진다.
광화문 정부 청사 인근에는 높은 건물이 많다. 그곳으로부터 시선과 접근을 차단하려면 집무실에는 방탄과 경호 장치를 최고 수준으로 설치해야 한다. 대통령이 관저에서 광화문 집무실로 출퇴근할 때 교통이 혼잡해진다. 청와대 헬기장으로 가려고 해도 교통을 통제해야 한다.
또 다른 난관도 있다. 보안 시설 이전이다. 컴퓨터를 옮기고 랜선을 까는 차원이 아니다. 청와대 내부에는 유사시 지휘·통제하는 등 극비 시설이 있다. 안에 뭐가 있는지도 기밀이다. 20여 년에 걸쳐 쌓인 노하우로 운영되고 있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다.
걸림돌이 자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