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사실상 지상전에 돌입한 가운데 이날 회의는 안보리 이사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요청으로 긴급 소집됐다.
연합뉴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국제사회를 대표해 전쟁을 억제하기는커녕,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자위권 운운하며 이 전쟁을 지지했다. 미국은 수십 년간 이스라엘에 국방 예산을 지원해 오고 있으며, 이번 전쟁을 위해 무기도 직접 공급했다. 이스라엘이 군인과 민간인, 병원과 군 시설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 전면전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데는 우파정부 집권과 같은 국내정치를 넘어, 이들 국가의 묵인을 넘어선 방조라는 국제정치가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스스로도 제국주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전범인 이들 국가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나아가 제국주의 식민지배의 동맹국이다. 민간인 피해와 병원을 표적 삼은 공격이 늘어나며 국제사회의 비판이 고조되자, 짐짓 한 발 빼며 인도주의를 말하는 중이다. 제 체면 지킬 '마지노선'이 무너지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며 발뺌하는 격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아니지만, 11년 만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을 자축하던 한국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을 쫓아 유엔총회 결의안에 기권하면서, "하마스 규탄이 빠졌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한국의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지난 1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0일 열린 제42회 국무회의에서 "무장단체 하마스"를 언급했을 뿐,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벌인 전쟁범죄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유엔총회 '휴전 촉구 결의안'에는 기권해 놓고, 10월 29일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국제법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내용만 홍보했다.
이 전쟁의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뿌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군사점령에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더 말해야 할까.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한 하마스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한국 정부가 손쉽게 규정하는 것처럼 단순 테러조직이 아니다. 2006년 팔레스타인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했고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자치정부이자 정당이다.
이러한 맥락은 소거한 채, 이들 국가 정부는 하마스의 공격만 규탄하며 이스라엘의 반격을 한껏 옹호했다. 전쟁을 지지하며 인도주의를 말하는 위선은 둘째 치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인종학살에 이들 국가 모두가 책임이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