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최저임금 사업장인 아이리에서 벌어진 일

노동 탄압의 끝, 직장폐쇄와 손배가압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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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주(hanjukim25)등록 2023.11.24 17:31
여성, 최저임금 사업장인 아이리㈜가 직장폐쇄를 32일째 풀지 않고 있어 노동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아이리지회 농성 현장 ⓒ 금속노조

 
아이리 사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은 지난 10월 24일.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아이리지회(이하 노조)가 1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파업을 벌였다는 이유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이어진 교섭에서 사측은 "대한민국 최저임금이 1월 1일부로 인상됐으니 추가 임금인상은 없다"며 기본급 동결을 고수했다. 또한 상여, 수당 등을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안도 꺼냈다. 임금 쟁점뿐만 아니라 사측은 노조 간부나 조합원이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민주노총 집회나 교육에 참여하면 '타임오프에 규정된 활동이 아니'라며 무급으로 처리하는 데서도 충돌했다. 노조는 더 이상 조건을 후퇴시킬 수 없다는 판단으로 쟁의행위를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직장폐쇄 이후에도 사측의 탄압은 계속됐다. 노조 활동을 '불법 점거'로 보고 고소와 가처분을 제기하는가 하면 노조 조합원들에게 문자로 "손해배상 소송 및 보유 재산 가압류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며 압박까지 했다. 노동자 손배가압류 남용을 막자는 요구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아이리 측이 또 손배가압류 압박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사측은 12월 29일 자로 폐업하고 해고를 공고하겠다고 말했고, 지난 10일엔 사측이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에 대량고용변동신고를 접수했다. 심지어 사측은 노조 조합원들에게 "업무 복귀 시 파업, 태업 등 행위를 하지 않고 진정으로 근로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의 '근로제공확약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노조는 사실상 '노예계약서'를 강요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사측은 노조가 쟁의행위를 멈추고 생산 현장으로 복귀하면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가압류 또한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역시 최저임금 수준인 노동조건, 노조 불인정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쟁의행위를 멈출 수 없다고 맞섰다. 배미순 지회장은 "최저임금 사업장에 성과급제가 웬 말인가. 회사는 노동자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불법 파업이라 하면서 직장폐쇄, 공갈·협박까지 하고 있다. 우리는 흔들림 없는 투쟁으로 민주노조를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조는 2020년 대주주로 새로 온 박모 씨의 '노조혐오'가 분규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박 씨가 오기 전에는 노사 분규가 심하지 않았다는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박 씨가 온 직후인 2021년에도 직장폐쇄가 발생했다. 직장폐쇄는 통상 사용자가 노조 쟁의행위에 대응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불린다. 파업의 규모가 크거나 길어질 때 사용자가 방어적·대항적 성격으로 직장폐쇄를 해야 법적 정당성을 갖춘다고 본다.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노사 분규 상황에서 사용자 측이 직장폐쇄를 감행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러나 아이리에선 직장폐쇄가 격년으로 두 차례나 벌어졌다. 이는 이례적인 것으로 노조는 사측의 노조 탄압을 목적으로 직장폐쇄를 했다고 보고 있다.

또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선 것도 아니고, 1~3시간 정도의 부분 파업만 벌였기 때문에 이번 직장폐쇄가 '공격적' 성격은 아닌지, 따라서 법적 요건을 갖춘 것인지 따져볼 만한 대목이다. 2017년 대법원은 유성기업 사건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 등을 갖는 공격적 직장폐쇄의 성격으로 변질됐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 이후의 직장폐쇄는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판례를 남긴 바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아이리지회 농성 현장 ⓒ 금속노조

 
아이리의 한 노동자는 "지금까지 노동자의 피땀으로 일궈놓은 터전이 3년 전 대주주가 바뀌면서 돌변했다. 직장폐쇄라는 말도 안 되는 노동자 탄압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호소문을 적어 농성 현장에 놓았다. 또 다른 노동자는 "우리는 파업하지 않고 일하고 싶다. 우리는 노예처럼 일하는 일벌레도 아니다. 회사는 직원들을 먼저 생각해 한 걸음 앞으로 나가길 바란다"고 팻말에 적었다.
 
금속노조는 "노조혐오에 휩싸인 대주주가 등장하고 벌어진 민주노조 말살극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아이리가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약속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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