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 '나라답게 정의롭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시각을 기해 모두 바빠졌다. 문 대통령은 1월 2일 신년사에서 "정부는 북한 참가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드는 것은 물론 남북 평화 구축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연결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모두가 해야 할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니다(Everybody's business is nobody's business). 서로 떠넘기다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속담이다. 학창 시절 조별 과제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이 못돼서가 아니라 그저 본성이 아닐까.
국제행사, 협력 과제가 그렇다. 여러 부처와 조직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권한과 책임을 되는대로 나눠주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많은 경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다. 아니면 아무도 떠맡지 않아 폐선되거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정부가 바뀐 지 9개월 만에 치르는 행사다. 국정 정상화의 상징 같은 이벤트다. 단, 잘 치러야 한다. 이게 관건이다. 절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부터 올림픽 준비 태세를 꼼꼼하게 챙겼다.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실이 점검했다. 좋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나빴다. 아주.
악재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국정 농단 사태 직격탄이 덮쳤다. 올림픽 주무 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다. 폭풍이 지나간 바닷가 마을 같았다. 장·차관은 국정 농단 사태에 연루된 의혹을 받아 바뀌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까지 덮쳤다. 실·국장도 수사를 받고 인사가 났다. 직원들은 손을 놓고 지시만 기다렸다. 부처가 헛돌았다.
올림픽은 정부 예산과 입장권, 광고 판매 수익만으로 못 치른다. 큰 기업이 후원해야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업 후원은 2015년 초 시작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대기업들은 8000억 원 이상 후원금을 내기로 했다.
국정 농단 사태가 터졌다.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후원한 게 문제가 됐다. 기업들은 몸을 사렸다. 후원금 집행을 미뤘다. 추가 후원도 하지 않았다.
국민 관심은 바닥을 기다시피 했다. 전임자 탓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무능을 자백하는 일에 불과했다.
2017년 늦가을 평창 동계올림픽 주 경기장을 둘러봤다. 수석과 비서관, 실무자들이 평창행 버스에 올랐다. 골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경기장 지붕이 없었다. 강원도 한겨울 추위가 어떤지 한국 사람은 다 안다. 이유를 물었다. "예산을 아끼느라 지붕 없는 경기장으로 설계했다."
동계올림픽이니 추울 수 있다. 관중도 불만이 있겠지만, 이해한다. 그러나 개·폐막식 때 기온이 영하 20~30도로 떨어지고 칼바람이 불면? 폭설이 내린다면?
설계 변경은 불가능했다. 원래 구조에 지붕을 씌우면 무게를 버틸지 의문이었다. 허물고 다시 짓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대책이 뭐냐고 물었다. 핫팩과 장갑, 무릎담요, 모자를 나눠준단다.
시설을 돌아보고 모두 '큰일 났다'라고 입을 모았다. 비상이 걸렸다. 올림픽조직위원회, 문체부, 강원도 등 따로 도는 조직을 하나로 꿸 리더십이 필요했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문 대통령 앞으로 달려갔다. 청와대에서 담당 수석이 그다.
김 수석은 "어떻게든 사회수석실 차원에서 해보려고 했지만, 안 될 것 같다"라며 "여러 수석실에 걸친 문제가 있다. 태스크포스(TF)가 필요하다"라고 보고했다. 문 대통령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TF 구성안을 재가했다. 또 "내가 해줄 일이 있으면 뭐든 말하라"라고 했다.
국내 언론을 홀대하지 않았다
올림픽과 연관된 비서관실이 맡은 분야의 아이디어를 모두 짜냈다. 홍보에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대통령을 동원하자. 마침 문 대통령도 "올림픽 홍보에 필요한 일은 뭐라도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기획조정 회의를 했다. 대통령이 참석할 행사를 선정하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한 대통령 참석 행사를 발제했다.
마침 수도권에서 동해안에 닿는 경강선이 개통될 예정이었다. 해외 관람객을 평창으로 실어 나를 노선이다. 이에 맞춰 대통령 전용 열차, 소위 '1호 기차'의 시민 탑승 행사가 결정됐다.
열차 내부 공개, 시민 탑승 모두 처음이었다. 시민 20명을 뽑았다. 평창 홍보사이트 '헬로우 평창'에 입장권 인증 사진을 올린 이들 중에서 추첨했다. 2017년 12월 19일 서울역에서 대통령 전용 열차를 탔다. 시민들은 문 대통령과 함께 1호 기차를 타고 강릉으로 향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시민과 점심을 함께 먹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메뉴는 그냥 진수성찬이 아니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강원도 나물밥이었다. 강원을 알릴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