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7일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과 택시·카풀 업계 대표자들이 국회 정론관에서 합의안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합의안에는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4단체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TF 전현희 위원장, 카카오모빌리티, 국토교통부 등이 서명했다.
연합뉴스
이 논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이 있다. 먼저 '전액관리제가 의무화되었다'는 점이다. 2018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카풀서비스 도입으로 촉발된 택시업계와 플랫폼 기업 간의 갈등은 2019년 4개의 택시단체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참여한 사회적 합의로 마무리됐다. 당시 합의에 기초하여 정부와 당시 여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전액관리제를 실질적으로 강제하도록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했다. 즉 현재로서는 전액관리제를 하지 않는 것은 불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이해할 것은 '전액관리제=완전월급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완전월급제는 근로시간과 연동된 임금체계라고 말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전액관리제는 운송수입금의 처리방법을 정한 것일 뿐, 입금 분배 방식(즉 '임금체계')을 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다보니 전액관리제를 하더라도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실제로는 사납급제와 유사한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구성한다. 기존 사납금제에서 지급되던 고정급 정도를 기본급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기존 사납금과 유사하게 실적급 지급기준(흔히 '기준운송수입금'이라고 칭한다)을 만들어 대부분의 급여를 실적급으로 지급하여 사실상 기존 사납금제와 별다르지 않은 형태를 만들었다.
물론 이 과정에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성과급 지급 기준은 퇴직급여 충당금과 4대보험 부담분을 고려해서 기존의 사납금 지급 기준보다 높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액관리제를 실시한 사업장의 택시노동자가 받는 실제 수령액이 기존 사납급제보다 낮아지는 이유이다. 결론적으로 전액관리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실수령액이 일부 낮아진 것을 빼면 장시간근로와 낮은 임금수준에는 변화가 없게 된다.
다음으로 '택시 근로자의 최저임금제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최저임금 산정 시에는 생산고(택시기사가 손님에게 받은 수입에서 사납금을 제외한 부분으로, 초과운송수입금을 의미)에 따른 임금이 포함된다. 당연히 사납금으로 지급되던 금액도 최저임금에 포함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09년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면서 일반택시운송사업에서는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 산정범위에서 제외한다. 즉 직원 수령액이 아무리 높더라도 최저임금 위반이 되게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위반을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월 고정급을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월 고정급을 높인다면 사납금제도의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
이에 편법이 동원되기 시작한다. 택시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특례규정을 활용하여 최저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소정근로시간을 턱없이 줄여버린다. 예를 들어 운행시간이 12시간이더라도 노사간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정하면 실제 근로시간과 상관없이 4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아 최저임금만 지급하면 된다.
물론 이는 근로자대표와의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긴 하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근로자대표의 합의를 받아 소정근로시간을 현저히 줄이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또 반전이 이루어진다. 대법원에서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축소한 것은 무효라고 판결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2019년 사회적 합의에서는 아예 "5.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을 위해 근로시간에 부합하는 월급제를 시행한다."고 명기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를 신설하여 "일반택시운송사업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 제58조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정할 경우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정하여야 한다"고 정해버린 것이다. 앞서 말했던 '소정근로시간 줄이기'가 불가능해지게 된다.
다만 이 법률은 2021년부터 서울특별시에서만 적용되고, 나머지 지역은 공포된 날로부터 5년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시행일을 정하도록 해놓았다. 법률 공포일이 2019년 8월 20일인 점을 고려하면 서울특별시 이외의 지역에도 적용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이다.
여기까지 말하면 이제 완전월급제 도입은 좋든 싫든 기정사실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실제 완전월급제 도입이 안착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상태이다. 만약 이 제도가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로 인하여 안착되었다면 고 방영환씨가 '완전월급제 도입'을 주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인이 다니던 사업장은 서울 소재지로 이미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가 적용되는 사업장이다).
이미 택시 사업주는 '택시발전법 제11조의 2'를 수정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고, 사납금제를 선호하는 직원들에게 떠밀린 직원대표들도 이에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보았을 때 향후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는 좀 어려운 상태이다. 사회적 대타협에 직접 참여했던 국토부가 기존 입장을 잘 유지하기를 바랄 뿐이다.
소비자와 시민에게 무엇이 더 좋은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