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 (들라크루아 작품 모작)1890년, 캔버스에 유채,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
빈센트 반 고흐
실상 반 고흐는 가진 것을 다 빼앗기고 두들겨 맞아 피투성이가 된, 그림 속 죄없는 사람과 다름없었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그리기 시작한 때는, 그가 1년 3개월가량 머물고 있었던 프랑스 아를에서 떠난 직후였다. 아니 떠났다는 말은 적절치 않다. 그는 쫓겨났다. 마을 사람들이 '미치광이랑 함께 살 수 없다'며 시장에게 탄원서까지 보내며 야단법석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열심히 그림만 그리고 싶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자신을 향해 미쳤다고 손가락질만 했다. 그저 조금만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줬으면 했지만, 모두 반 고흐를 외면했다.
마치 그림 왼쪽에 등을 보이면서 아스라이 멀어져가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들은 바로 만인의 존경을 받던 사제와 경건하기로 소문난 레위인. 남 부러울 것 없이 살던 이들은 쓰러진 유대인을 그냥 지나쳤지만 단 한 사람, 유대인에게 멸시받던 사마리아인만이 안간힘을 다해 그를 노새에 태우고 여관비를 대신 내주어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반 고흐는 절박한 처지에 빠진 자신 앞에도 사마리아인같이 선한 사람이 나타나 주기를, 어쩌면 그 소망을 그림 속에 투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