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배경은 지금부터 약 30년 전인 1995년, 주인공 이자영(고아성)은 '커리어 우먼'을 꿈꾸며 삼진그룹에서 일하지만 실상은 입사 8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재떨이를 비우고, 실내화를 가지런히 정리한 후 다른 직원들의 커피를 타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말단 사원입니다.
대졸 남성인 같은 부서 대리에게 조언을 해 주고, 보고서도 대신 써 줄 정도로 뛰어난 업무능력을 보여 주지만 고졸 여성이기 때문에 아무리 오래 일해도 진급이 안 됩니다.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진급을 위한 조건을 내겁니다. 토익 600점. 공고를 보고 말도 안 되는 점수라며 불평을 하는 것도 잠시, 8년 만에 찾아온 진급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영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은 함께 영어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런 어느 날, 새로 온 상무의 짐을 대신 정리해 주기 위해 공장을 찾은 자영은 공장에서 몰래 폐수를 방류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함께 간 대리를 설득하여 보고서를 올립니다. 그로 인해 회사에서는 팀을 꾸려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하죠. 그런데 그 대책이라는 게 방류된 폐수에 문제가 없다는 가짜 보고서를 만들어 주민들을 입막음하는 것뿐임을 알게 된 자영은 친구들과 함께 회사의 비리를 파헤치고 고발하는 일에 나섭니다.
영화는 회사측의 악랄한 방해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자영과 친구들이 끝내 승리하고, 폐수 방류를 지시하고 은폐한 이들이 벌을 받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습니다.
1991년, 두산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이 영화는 문제 해결 과정을 판타지스럽게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1990년대를 제대로 그려낸 미술과 주연배우의 맞춤 연기, 그리고 젊은 여성들의 연대로 사회 부조리를 이겨내는 모습을 경쾌하게 담은 장점들로 인해 호평을 받았습니다. 제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작품상도 받았습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이 영화의 실제 사건,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 (이하 '페놀 사태')에 대해 조금 살펴보겠습니다. 오래된 사건이지만 <대구시 수돗물사태 시민단체 대책회의 진상조사 위원회>에서 '대구시 수돗물 페놀 오염사태 백서'를 발간해 둔 덕에 당시 상황을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때는 1991년 3월 14일, 경상북도 구미시의 두산전자에서 파이프 파열로 인해 페놀 원액 30톤이 대구시의 상수원인 낙동강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1984년 영국 리버풀 근처의 디 강 (Dee River)에서 페놀 1톤이 유출되어 근처 주민들이 위장 장애를 호소한 적이 있을 정도로 페놀은 독성물질인데 낙동강에는 그 30배에 달하는 페놀이 유출된 겁니다.